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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7

커피가 식기 전에 도쿄의 후미진 골목길 지하에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작은 찻집이 있다. 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이 찻집에는 앉으면 과거나 미래의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하는 세 가지 규칙이 있는데, (1) 과거로 돌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미래(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사고로 죽을 사람에게 그 일을 미리 알려 주어도 그 사람은 반드시 사고로 죽는다. (2) 의자에 앉으면 그 자리를 떠나서는 안된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그 사람이 카페로 나타나야 한다. (3) 시간 여행을 시작하며 찻잔에 따라놓은 커피는 차갑게 식기 전에 전부 다 마셔야 한다. 만약 식기 전에 다 마시지 못하면 현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의자에는 늘 한 여인이 앉.. 2022. 8. 26.
작은 아버지 동생 부부와 함께 며칠 전 89세 생신을 맞으신 작은 아버지를 뵙고 왔다. LA 동남부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있는 신도시 매니피 (Menifee)에서 55세 이상 시니어들만 사는 주택단지에 20여 년째 살고 계시다. 작년에는 많이 아프셔 한동안 병원에 입원도 하셨었다. 그놈의 코로나 탓에 1년 넘게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나도 백신을 맞았고, 작은 아버지 내외분도 백신을 맞으셨다고 해서 갔다. 마침 간호사가 오는 날이니 조금 일찍 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해서 토요일 아침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매니피는 우리 집에서 100마일이 넘는 거리며, 차로 2 시간 이상 걸린다. 가서 뵈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좋아 보였지만, 내가 기억하는 작은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다. 작은 어머니는 늘 깔끔.. 2021. 3. 16.
사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는 어르신 소리를 듣는 나이의 노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이다. 저자 ‘사노 요코’는 전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08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까지 쓴 꼼꼼한 생활 기록이다.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한 에세이집이다. 내 나이도 이제 그녀가 이 책을 쓰던 무렵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그래서인지 거리낌 없는 문장과 화술에 시원함을 느낀다. 또한 과거 일본인들의 삶이 내 어린 시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행기 연료로 쓰기 위해 소나무 뿌리를 캐던 그녀의 사촌언니는 어린 나이에도 이래 가지고는 결코 일본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 2020.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