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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19

과거를 잃은 남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화자 ‘기 롤랑’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위트’가 운영하는 흥신소에서 8년 동안 일을 했다. 흥신소가 문을 닫게 되자, 그는 고용주였던 '위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다. 유일한 단서는 한 장의 낡은 사진과 부고기사뿐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에 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의 유럽이 무대다. 기와 그의 친구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 프랑스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책에는 산발적으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같은 사람이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기와는 어떤 관계인지 뚜렷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이야기를.. 2021. 2. 6.
욕망을 이야기하다 소설의 제목 ‘러스터’(Luster)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도자기 등의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윤기나 광택을 뜻한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 ‘에디’의 시각에 비추인 세상을 뜻한다. 또 다른 의미는 섹스, 관심, 관계, 돈 등을 욕망하는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소설의 주인공 에디는 23세의 흑인 여성이다. 그녀는 온라인에서 중년의 백인 남성 ‘에릭’을 만난다. 그는 13년 결혼생활을 해온 아내와 최근에 열린 관계를 갖기로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며칠 후, 그는 아내가 주었다는 그가 지켜야 할 규칙을 보여 준다. 낯선 여자와 첫 데이트에서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여자를 집에 데리고 오지 말 것. 아내의 전화는 꼭 받을 것. 여자는 주말에만 만날 것. 만난 지 52일 만에 그들은 섹.. 2021. 1. 16.
레몬 2002년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로 들떠있던 때, 열아홉 살 소녀 ‘해언’이 공원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살해 용의자는 해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신정준’과 ‘한만우’다. 정준은 해언이 죽던 날 타고 있던 차량의 운전자고, 만우는 그들을 목격한 인물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할 만한 내용이지만 이야기는 살해범이나 동기를 밝히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해언의 두 살 터울 여동생인 ‘다언’이 언니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해언의 삶은 때 이른 죽음으로써 종결됐지만, 남은 이들은 그 이후에도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거나, ‘치유’를 찾는 것을 따라간다. 표지가 보여 주듯이 책 제목 ‘레몬’은 죽은 해언이 입고 .. 2021. 1. 11.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소설 ‘센트럴 파크’는 서스펜스 넘치는 범죄 스릴러로 시작하여 마지막 장에서 연애소설로 변하는 책이다. 프랑스인 여형사인 주인공 ‘알리스’는 친구들과 술을 먹은 다음날, 낯선 공원에서 눈을 뜬다. 옷소매에는 피가 묻어있고, 곁에 있는 낯선 남자 ‘가브리엘’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있다. 남자는 지난밤에 아일랜드에서 술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눈을 뜬 곳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다. 같은 배를 타게 된 둘은 얽혀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알리스는 동료 형사 ‘세이무르’에게 전화해, 지난밤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과거 알리스는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나일론 스타킹으로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 수사를 맡았지만 검거에 실패한다. 수사팀에서 배제된 후, 혼자 은밀히.. 2021.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