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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칼럼15

카르페 디엠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영어권에서는 “오늘을 즐겨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로 쓰이기도 한다. 이 말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시구이며, “오늘을 붙잡게”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르페’는 과실을 따거나 추수한다는 의미의 ‘카르포’라는 동사의 명령형이다. 과실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힘든 일이며, 농부에게 추수는 매우 보람 있고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카르포’ 동사에 “즐기다, 누리다”라는 의미를 더해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시인의 뜻과 달리 현대에서는 이 말이 쾌락주의를 조장하는 말로 다소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호라티우스가 속해 있던 에피쿠로스 학파는.. 2023. 6. 24.
노인 후보생 미국에서는 노인의 연령에 대한 기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상의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미국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케어는 65세에 가입하고, 소셜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67세가 되어야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시니어들에게 할인을 해 주는데, 62세부터 해주는 곳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셜연금의 전액수령 연령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육신과 마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은 아직도 젊어 낯선 여자가 친절을 베풀면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어 가.. 2023. 5. 27.
사순시기를 끝내며 성당에서는 사순시기를 마감하고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에서 신부님이 무릎을 꿇고 신자들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을 한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일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세족식 참석 인원은 예수님 살아생전의 제자수인 12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자 수가 많은 큰 성당에서는 하고 싶어도 세족식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선택되면 그건 은총이며 축복이다. 내가 다니는 성당은 매주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 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성당이다. 그래서 웬만한 신자들은 모두 한 두 번은 세족식에 참여해 보았다. 신부님에 따라 세족식에 참여하는 사람을 정하는 방법도 다르다. 미리 정해 놓기도 하고, 제비를 뽑기도 하고, 원하는 신청자를 받기도 한다. .. 2023. 4. 14.
나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일찍이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통해 여성이 제대로 문학을 할 수 없는 것은 여성은 돈이 없고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나는 방의 소유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게는 밤이면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 전, 코로나 펜데믹으로 자택 대피령이 내려 사무실 출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몇 주 또는 몇 달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장기화하며 결국 재택근무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 있는 3개의 방에는 모두 주인이 있다. 작은 방 두 개는 우리와 살고 있는 조카 둘이 하나씩 차지하고 있고, 큰 방은 아내와 내가 쓴다. 아이들도 학교에 나가지 못하니 .. 2023.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