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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11

메리 크리스마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사나운 날 밤,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 있는데 8시가 넘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아마존에서 늦은 시간에 배달이 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날을 올 것이 없었다. 주저하다 아내가 나가보더니 누군가 오렌지 박스를 두고 갔다고 한다. 박스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쪽지도 없다. 머리를 굴려 보아도 짐작 가는 곳이 없다. 산타의 정체는 잠시 후 아내의 전화기에 뜬 카톡 메시지로 풀렸다. 근처에 사는 교우가 두고 간 것이었다. 12월은 일 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이다. 회사 다닐 때, 12월 한 달은 거의 축제 분위기로 보냈다. 휴게실에는 누군가 사 오거나 구워 온 다과가 있었고, 직원들의 책상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카드로 화려하게 도배를 했었다. 팀별로 팟럭이나.. 2020. 12. 24.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
상자 속의 초콜릿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은 여느 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 서둘러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낯선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따로 포장을 한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냈다는 쪽지 따위도 붙어있지 않았다. 직원들 중에는 휴가를 다녀오며 작은 기념품을 사 와 나누어주는 이들이 더러 있다. 궁금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라스 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이 새겨진 문진이었다. 그날 나는 반나절이나 걸려 내게 선물을 사다준 사람을 찾아냈다. 6층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언니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다던 말이 생각이 났다. 감사의 인사를 이메일로 보냈더니 오후에 답이 왔다. 그제야 겨우 궁금증이 풀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께 받았던 일기장과 볼펜이었다. 상당히 고급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 202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