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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11

2021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날, 딸아이는 시집 모임에 간다고 해서 참석하지 못하고, 큰 아들과 셋째 아들네, 누이동생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다. 디저트를 앞에 놓고 선물 교환이 시작되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하던 대로 가장 어린아이를 시작으로 나이 순서로 선물을 받았다. 다들 형편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모처럼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여느 때보다 푸짐한 선물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셋째 아들이 건네준 카드 안에서는 기프트 카드 대신 긴 사연과 내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200을 기부한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이런 사연이 적혀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 아빠는 삼촌, 고모들과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교환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그때 선물을 받고 싶다.. 2021. 12. 28.
선물 나누기 요즘 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하여 연말 세일 광고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물 줄 사람들을 생각하며 세일 품목을 살펴보는 재미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물을 산 대상은 아버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아버지의 생신이었지 싶다. 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아 집에서 일하던 언니에게 업혀 누나와 함께 시장에 가서 아버지 속옷을 산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5-6살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60년대 한국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따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었고, 명절에는 옷을 얻어 입었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의 선물을 챙기곤 했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왔을 사탕과 양철로 만든 장난감이 든 양말 모양의 선물주머니나 학용품 따위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누나와 동생은 소풍이나 .. 2021. 11. 27.
멋진 하루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생일날 아침이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곤 했었다. 언제가 읽은 책에서 작가가 생일이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어머니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한다기에 나도 따라 시작했던 일이다. 생각해 보면, 생일은 어머니도 나도 엄청 힘들고 고생했던 날이다. 굳이 따지자면, 아기보다는 엄마의 고생이 몇십 배 더 컸을 것이다. 전화할 어머니는 없어도,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전화기를 집어 든다. 시간을 보기도 하고, 밤새 내가 잠든 사이 변한 세상 이야기도 찾아본다. 아침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와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단체 메시지 방에는 누군가 한 사람이 메시지를 올리면 앞다투어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 형제들, 친구들과 나누는 메시지 방마다 풍선.. 2021. 10. 15.
아버지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6월 셋째 주일은 아버지의 날이자 할아버지의 날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아버지 없는 아버지 날을 보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카드 쓸 일도 없었다. 6월 초의 일이다. 장에 다녀온 아내가 카드를 한 뭉치 꺼내 놓더니 아이들에게 쓰라고 한다. 열어 보니 아버지 날 카드들이다. 우리 집 남자들은 이제 모두 아버지니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카드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미국에는 이런저런 날도 많고, 그런 날에 맞는 카드도 종류별로 많다.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 날 카드도 있고, 사위에게 보는 것도 있고, 남편에게 보내는 것도 있다. 난생처음 아이들에게 아버지 날 카드를 써서 보냈다. 나이가 드니 앞날보다는 지난날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미 지나 온 길.. 2021.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