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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친구야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진작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친구로 기억하지만, 그는 나를 이미 잊었는지도 모른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귀하던 시절, 더운 여름날이면 외가의 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내가 친구라고 기억하는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외가는 관훈동에 있었는데, 바로 옆동네인 인사동에는 요정이 많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그런 요정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오후가 되면 짙은 화장을 하고 출근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공통점은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난 아예 걷지를 못했지만, 그 아이는 목발을 짚고 다녔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말을 건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친구가 되었고, 엄마가 일나 간 오후가 되면.. 2020. 6. 24.
존 그리샴의 새 책 '카미노의 바람' 존 그리샴의 새 책 ‘카미노의 바람’(Camino Winds)은 ‘카미노 섬’의 후속작이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연결고리가 길지 않아 전편을 읽지 않고 보아도 된다. 카미노 섬에 허리케인 ‘리오’가 상륙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 와중에 변호사 출신 추리 소설가 ‘넬슨 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카미노 섬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작가들의 대모 역할을 하는 주인공 ‘브루스 케이블’이 친구들과 그의 의문사를 파헤쳐 간다. 무능한 지역경찰이 그의 의문사를 사고사로 몰아가려고 하자, 브루스는 과거 고서적 도난 사건과 연류하여 이용한 적이 있는 보안회사를 고용하여 그의 죽음이 마지막으로 쓰고 있던 소설 때문인 것을 알아낸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인 ‘메디케어’(Medi-.. 2020. 6. 24.
어머니의 앨범 동생이 어머니 짐을 정리해서 앨범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군인이었기 때문에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고, 전역 후에는 집을 수리해서 파는 집장사를 하느라고 이사를 다녔고, 벽제에서는 안채를 영업장소로 내놓고 뒷채로 이사를 했고, 미국에 이민 와서도 LA에서 밸리로 밸리에서 벤추라로, 그리고 다시 밸리로… 참 많이도 이사를 다녔던 앨범이 마침내 우리 집에 왔다. 달랑 원베드룸 노인 아파트에 새로 가구를 들여놓느라고 짐을 추리다 보니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 부모님 살아생전에 정리를 하자고 동생이 들고 온 것이다. 60년도 넘은 사진들이 나온다.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 군 시절의 사진들… 미군 고문관을 초대해 호랑이 족자를 선물로 주는 사진, 아버지가 미국 출장 와서 미군들과 찍었던 사.. 2020. 6. 23.
시골쥐와 서울쥐 3월 중순의 일이다. 뒷동산에 핀 야생화 사이로 나비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10 수년 전, 퇴근길에 이런 나비 떼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봄이었지 싶다. 신문을 보니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고 온 일명 ‘제왕나비’라고 불리는 ‘모나크 나비’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자칫 나방 같은 모습이지만, 꽃잎에 앉은 것을 보니 화려하고 아름답다. 마침 집에서 일을 하는 날이라 혼자 보기 아까워 회사 동료들에게 나비 소식을 알려주며 점심시간에 잠시 밖에 나가 걸어보라고 했다. 다음날 출근해 물어보니 대답들이 신통치 않다. 나비가 없더란다. 정말 나가보기는 한 걸까? 나와 늘 함께 점심을 먹는 동료들은 모두 다운타운 근처의 콘도나 타운하우스에 산다. 빌딩 숲에 가려진 도심에서 야생화나 나비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전.. 2020. 6. 23.
더 뉴요커 ‘더 뉴요커’(The New Yorker)는 에세이, 풍자만화, 시, 단편소설 등이 실리는 주간지다. 평소에는 권 당 $8.99의 비싼 가격이지만 아마존에서 세일을 할 때는 $5.00에 12주를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세일을 기다려 구독을 하곤 한다. 종이책이 도착하기 전, 전자책으로 먼저 받아 본 6월 8일 자 잡지에는 3편의 소설이 실려 있었다. 아마도 여름호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평소에는 한 편씩 실린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여름이 독서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핼러윈(10월), 땡스기빙 데이(11월), 크리스마스(12월) 등의 명절이 줄지어 있어 차분히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2달이나 되는 여름방학에 휴가철도 겹쳐 도리어 여름에 책을.. 2020. 6. 22.
나의 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bucket list) 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말한다. 그 어원은 중세 혹은 미국 서부 개척기 시대, 사람의 목에 밧줄을 걸어 서까래에 매단 후 발을 받치고 있던 양동이를 (bucket) 차 버리면 목을 조여 죽게 된다는 “kick the bucket” 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한 목록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버킷 리스트란 말이 단순히 유행어의 수준을 넘어 삶을 재정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잡지에 실린 남들이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를 보다 잠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이루어진 듯싶다. 미래..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