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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by 동쪽구름 2020. 6. 29.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사랑한다” 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유독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70/80 세대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연인들 사이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쑥스러워 말로는 하지 못하고 편지로 써서 주저하며 건네곤 했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서양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나중에 영어를 배우며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love”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때까지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랑”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많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나 “사랑”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사과나 바나나를 사랑하고, 야구와 미식축구를 사랑하며, 뜨거운 여름 햇살을 사랑한다.

 

요즘은 한국인들도 미국 사람들 만큼이나 “사랑한다” 는 단어를 흔하게 쓰는 것 같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 든 세대들도 스스럼없이 온갖 것을 사랑한다고 부르짖는다.

 

세상의 문제들은 바로 이 사랑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랑에는 욕심과 질투가 동반한다. 하나를 놓고 둘이 사랑하는 일은 곧 비극의 시작이다. 한 여자를 놓고 두 남자가 사랑을 하면 아무리 잘 되어도 한 남자는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 세 사람 모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재벌가의 자녀들 중에는 부모보다도 부모가 남긴 재산을 더 사랑해서 형제간에 법정다툼을 하며 원수가 된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남이 이미 차지한 자리를 짝사랑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도 한인단체장 선거를 전후하여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일들이 그러하다. 한국에서 임명하는 봉사직 조차도 추천을 전후하여 온갖 투서가 난무한다고 한다.

 

사랑하면 꼭 차지해야 한다는 집착은 곧 화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런 집착은 욕심이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참된 사랑은 놓아주고 바라보는 것이다.

 

들에 핀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이를 마구 꺾어 꽃병에 꽂아 놓는 것은 결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며, 토끼나 다람쥐가 귀엽다고 해서 그 놈들을 잡아다가 박제를 만들어 놓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다.

 

단체를 사랑하고 단체장 자리를 사랑한다면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변함없이 협조하여 그 자리가 빛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꼭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은 집착이며 욕심일 뿐이다.

 

보석이 가치가 있는 것은 귀하기 때문이다. 사랑도 너무 흔하니 그 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 굳이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보며 사랑을 느끼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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