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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옥수수 백일해는 소아 감염질환 중 전염력이 강한 질환 중 하나다. 한국에는 80년대부터 정제 백일해 백신이 혼합된 DTaP 백신이 도입되면서 유행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백일해에 걸리면 기도가 막힌 ‘색색’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마치 금세라도 숨이 넘어 갈듯이 격렬한 기침을 한다. 한 번 걸리면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고 해서 백일해다. 한국에 백일해 백신이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동생이 먼저 걸려 왔다고 기억한다. 할머니는 육모초 (익모초) 달인 물이 백일해에 좋다며 나와 동생에게 수시로 육모초 달인 물을 마시게 했다. 그 무렵 나는 백일해 탓인지 입맛이 없어 밥을 잘 먹지 못했다. 하루는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구운 옥수수를 하나 사 오셨다. 그놈을 반으로 잘라 큰 것은 내게, 작은 것은 동생에게 주었다.. 2020. 9. 20.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요즘 자주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과연 죽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며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죽음이란 컴퓨터를 끄는 것과 같아 플러그를 뽑는 순간 생은 끝이 나고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며, 또한 신은 없고 세상의 누구도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의 나라는 믿기 어렵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스리기 위하여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음 세상이 없다거나 나보다 큰 힘을 가진 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도 없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라진 별을 이루고.. 2020. 9. 19.
이 놈들이 밥은 먹고사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 중에 하나가 목 주변에 생기는 쥐젖이다. 50이 넘자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10여 년 전에 피부과에서 제거를 했는데, 다시 생겨났다. 카이저의 주치의는 건강에는 지장이 없는 미용상의 문제니, 보험으로는 커버가 안된다며 원하면 피부과 의사를 만나 자비로 제거하라고 했다. 가끔은 가렵기도 하고, 면도를 하다가 잘못 건드리면 아프기도 해서 주치의를 바꾸며 다시 이야기를 하니 피부과로 보내 주었다. 피부과 의사는 탄산가스 레이저를 환부에 넉넉히 뿌려 주었고, 그 후 2-3주에 걸쳐 10여 개에 달하던 쥐젖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곧 떨어져 나갈 듯이 보이던 쥐젖 하나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까맣게 타들어 가던 놈이 살색을 띠기 시작했다.. 2020. 9. 18.
어른들의 이야기 ‘엠마 스트라우브’ (Emma Straub)의 장편소설 ‘All Adults Here’(우리는 모두 성인입니다)는 소도시에 사는 68세의 여성 ‘애스트리드’(Astrid)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책은 그녀가 오래된 이웃 ‘바바라’가 통학버스에 치여 죽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 대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죽음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자녀들과 감정적으로 너무 멀어졌으며 자신을 숨기고, 속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스트리드에게는 엘리엇, 포터, 니콜라스, 3명의 자녀가 있다. 장남 엘리엇은 중국계 이민자의 딸인 웬디와 결혼하여 어린 두 아들을 두었고, 딸 포터는 독신이며, 막내 니콜라스는 여자 친구 줄리아를 임신시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여 세실리아라는 딸을 두고 .. 2020. 9. 17.
러브 스토리(Love Story) ‘러브 스토리’(Love Story)를 보았다. 베스트셀러였던 에릭 시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1970년 작품이다. 줄거리는 한국 주말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다. 명문가의 상속자인 하버드 학부생 올리버가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 출신인 래드클리프 여대(현재 하버드 학부의 일부) 학생 제니와 도서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결혼을 반대한 올리버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의절을 선언하고 원조를 끊어 버린다. 올리버는 자비로 어렵게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고 제니는 사립학교 교사로 취직하여 둘은 학교 근처에 있는 집 꼭대기 층에 세 들어 힘들게 산다. 마침내 올리버가 로스쿨을 전교 3등으로 졸업하고 뉴욕의 유명 로펌에 취직함으로써 겨우 이제 인생이 피는구나 싶을 때, 올리버는 제니가 백혈병 말기라는.. 2020. 9. 16.
가을의 시작 9월은 때늦은 폭염으로 시작되었다. 남가주 대부분의 도시가 최고기온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폭염의 끝에 시작된 산불로 하늘이 재와 연기로 덮여 며칠씩 제모습의 해를 볼 수 없다. 붉은 해와 붉으스름한 하늘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종말을 맞는 세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봄을 코로나로 시작해서, 거리두기로 여름을 보내고, 계절은 이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기울어진 해는 긴 그림자를 만들고, 아내의 텃밭은 소출을 끝낸 채소들을 거두어 내어 휑하니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다.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다. 몇 년 전에는 제법 감이 많이 달려 이웃에 사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금년에는 딱 6개가 달렸다. 그나마 여름을 지나며 다람쥐가 하나둘씩 따먹어 2개가 남았다. 잎사귀 사이에 숨어있어 다람쥐의 눈에 .. 2020.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