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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병원 이야기 (10)

by 동쪽구름 2026. 9. 26.

감기로 시작된 일이다. 

 

9월 15일, 목이 아프다. 혹시 감기가 아닌가 싶다. 

 

9월 16일, 시니어 센터에 다녀왔다. 여전히 감기 기운은 있는데 콧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아픈 곳도 없다. 

 

9월 17일, 아내가 카이저 안과전문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라 함께 다녀왔는데, 오후부터 기침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목 안에 가래가 있는데, 쉽게 뱉어지지가 않는다. 혹시 COVID가 아닌가 싶어 집에 있는 (날짜가 지난) 테스트 킷트를 꺼내 검사를 해 보았다. 음성이다. 

 

9월 20일, 주일인데 성당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5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는데, 요즘 방심했던 모양이다. 

 

9월 22일, 먹던 감기약 Advil을 며칠 전 끊었다. 감기약을 먹고부터 심박수가 다시 100을 넘었다. AI에게 물어보니 감기약 때문이라고 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 목사탕을 먹고 더운 배즙과 대추차를 마셔도 그때뿐이다. 카이저에 전화를 해 의사와 면담을 했다. 내 나이와 소아마비 병력을 볼 때 어전트케어나 ER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카이저 어전트케어에 갔다. 활력징후를 측정하던 간호사가 내 산소 포화도가 90 밑이라며 의사에게 물어보고 오겠다고 한다. 잠시 후 돌아온 간호사가 산소호스를 연결해 주며 ER로 가라고 한다.

 

ER에 가서 2시간가량 기다려 의사를 만났다. 폐 X-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하라고 한다. 언제부턴지 피를 뽑을 때면 혈관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 간혹 귀신같이 혈관을 찾아 피를 뽑는 간호사를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여기저기 2-3차례 찔러 피를 흘린 후에야 피를 뽑는다. 이날도 양손에 3-4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피를 뽑았다. X-레이 상에 이상은 없지만 혹시 폐에 혈전이 생겼는지 CT를 찍으라고 하며 산소 수치가 계속 낮아 입원을 하라고 한다. 잠시 집에 갔다 돌아와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방을 배정받아 입원하는 것을 보고 가겠다는 아내를 달래서 집으로 보냈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었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 간호사에게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니 샌드위치와 주스를 준다. 언제 만들었는지 빵은 눅눅하고 달랑 터키 햄만 두쪽 든 샌드위치를 맛나게 먹었다. 

 

방이 나오기를 기다려 1시쯤 입원을 했다. 병원 가운으로 갈아입으며 간호사에게 소변통을 달라고 하니 진공으로 소변을 거두어 가는 자동 소변 수거기가 있는 데 사용해 보겠느냐고 묻는다. 눈치를 보니 그럴 사용하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착용하고 나니 마치 우주선 비행사가 된 기분이다. 초기 우주 비행사들은 이런 도구를 사용했을 것이다. 소변을 누려하는데, 혹시나 침대가 젖는 것은 아닌가 싶어 나오지 않는다. 애를 써 한번 소변을 보니 마치 치과에서 사용하는 흡입기처럼 소변을 싹 빨아 드린다. 편리한 세상이다.

 

기다려 CT를 찍고, 호흡치료사가 와 20분간 치료를 받고 나니 2시가 넘었다. 병원 담요 2장을 덮고 잠을 청했다. 병원 침대, 춥다. 

 

9월 23일, 새벽에 또 피를 뽑았다. 어제와 같은 호흡치료사가 와 호흡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실 전화기가 울린다. 내가 병원에 입원한 것은 아내 밖에 모르는데 누구지? 받아보니, 병원 키친이다. 아침밥을 주문하라고 한다. 프렌치토스트, 팬케이크, 야채 오믈렛 중 하나다. 오믈렛을 주문했다. 

 

아침에 “Dr. 서”라는 이중언어를 하는 한인 여의사가 왔다. 청진기로 폐를 검사하고 이런저런 것을 묻더니 간호사에게 내 왼쪽 손가락에 붙인 산소 포화도 측정기가 잘 연결되지 않은 것 같다며 다시 붙이라고 한다. 간호사가 오른손 손가락에 새것을 붙이니 모니터의 수치가 95까지 올라간다. 

 

의사는 감기로 인한 가벼운 호흡기 염증인 것 같다며 일단 산소수치가 안정을 찾았으니 퇴원하라고 한다. 기도 확장을 해주는 약물 치료를 위한 키트, 폐활량을 키우는 호흡연습기, 그리고 산소통 등을 오더해 주었다. 

 

9월 24일, 아침에 일어나 씻고 산소 포화도를 측정해 보니 94-95가 나온다. 병원에서 준 도구로 기도 확장 약물을 넣고 20분간 호흡하고, 호흡 연습기로 운동을 하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산소통은 필요 없겠다 싶어, 전화를 해 취소했다. 

 

돌아보면 일시적으로 산호 포화도가 떨어졌을 때 어전트케어에서 검사를 했고, 검사기 센서를 잘 붙이지 않아 그 후 다소 부정확한 수치를 보고 의사들이 대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동안 몇 번 ER에 가보았고, 이런저런 검사로 병원 침대에 누워보았지만 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병원에 한번 입원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모르고 했던 생각이다. 입원,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경험자의 말이다.

 

ER에서 얻어먹은 저녁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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