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다. 딸아이가 첫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다고 연락이 왔다. 손주를 여럿 보았지만, 모두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았다. 내 딸이 아기를 낳기는 이때가 처음이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다섯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나 잘못되는 일은 없겠지? 아침이 되면 아기 소식을 듣겠지 하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전화기를 보니 제왕절개를 하러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와 있다. 그리고 몇 시간이 더 흘러 아기를 낳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날 오후, 아기를 보러 (실은 딸을 보러) 병원에 갔다. 푸석한 얼굴에 아직도 얼굴이며 손발이 부어 있는 딸을 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딸은 전화기를 꺼내 제왕절개 수술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며 무용담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비디오를 끄라고 했다.
이제껏 아이를 넷 낳아 키우고 손주도 여럿을 보았지만 한 번도 산모의 노고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늘 남의 딸들이 아기를 낳았다. 막상 내 딸이 아기를 낳는다고 하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왜 여자에게만 출산의 고통이 주어졌을까 하는 생각부터 아직까지 출산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의사들을 원망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막내며느리를 떠올렸다.
2년 전, 며느리는 북가주에서 아기를 낳았다.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외지에서 아기를 낳으러 들어간 며느리는 하루가 넘는 산고 끝에 제왕절개 직전 힘들게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기 낳는 일은 다 그런가 보다 했을 뿐, 특별히 며느리에 대한 걱정이나 고마운 마음은 가져 보지 않았다.
며칠 후, 병원에서 퇴원한 딸에게 이런 나의 생각을 말해주니, 그때 오빠는 혹시 아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너무 외롭고 무서워, 복도에서 혼자 울었다고 한다. 아,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아들을 위로해 주지도, 며느리에게 고마움을 전하지도 않았구나.
그 후, 며느리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에 꽃을 보내주며 축하해 주었다. 말은 안 했지만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못해준 고마움을 담아 함께 보냈다. 다행히 둘째는 먼저보다는 수월하게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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