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8 건강과 행복 목요일, 학교를 오가는 시간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미사여구도 없고 에둘러 애매한 표현도 없는 명쾌한 답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지난주에는 건강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년쯤 되면 누구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을 찾아 먹고, 건강에 좋다는 운동도 한다. 과연 “건강”이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가.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나 같은 장애인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누구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법륜스님은 아프지 않은 상태가 건강이라고 했다. 몸은 이상이 .. 2024. 10. 5. 도자기 II (1) 아내는 이번 학기부터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학기에도 물레를 쓰긴 했지만 그건 점토를 올려놓고 작업을 하며 방향을 바꾸는 역할만 할 뿐, 도자기의 형태를 잡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페달을 밟아 속도를 조절하는 전기 물레를 쓴다. 학기 초 2-3주 동안은 손이 흙에 쓸려 살갗이 벗겨지도록 해도 중심이 안 잡힌다고 하더니 이제 요령이 생긴 모양이다. 쓱쓱 싹싹 잘 만들어 온다. 집에서도 연습을 하겠다고 아마존에 주문해서 전기 물레도 샀다. 차고에 공방을 차리기 시작했다. 뭐든지 시작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금방 익힌다. 남들은 숙제하기도 급급하다는데, 아내는 늘 숙제보다 훨씬 더 만든다. 난 국이나 찌개, 차나 커피처럼 더운 음식은 뜨겁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주 입천장을 데곤 한다... 2024. 4. 16. 사별과 재혼 B 씨가 재혼을 했다. 그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 절친 M의 남편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잘 지내던 그녀는 3년 전 췌장암이 발견된 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결혼하지 않은 두 딸과 지내던 그가 작년 연말에 재혼을 했다는 소식은 M의 언니가 전해 주었다. B 씨의 재혼을 두고 처가에서는 서운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배우자와 사별 후 재혼은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성과 독립심이 강해지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의식주를 아내에게 크게 의존하며 살던 남자는 결국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별 후 언제 재혼을 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터.. 2024. 3. 17. 서울 음식 아내는 음식 솜씨가 좋다. 뭐든지 한두 번 먹어 보면 거의 비슷하게 만든다. 서양식 고기 요리며, 파스타, 제빵/제과에 떡 등도 모두 뚝딱 만들어 낸다. 다만 그녀가 만드는 고향 (안동) 맛의 반찬은 내 입맛과는 다소 다르다. 국에는 건더기가 많고 밑반찬의 간이 좀 세다. 나는 국은 국물 위주로, 반찬의 간은 싱거운 것이 좋다. 나의 외가는 양반은 아니지만 양반처럼 살고 싶어 하던 토박이 서울 중인 집안이다.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낸 나의 입맛은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음식에 길들여졌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 갈비 우거지 된장국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연 해방 전후 서울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가를 찾아보았는데, 이렇다 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어려서 외가에서 먹었던 것들이 그 시절 .. 2023. 10. 1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