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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7

남존여비 며칠 전 장애인 전용차량인 access 밴을 타고 외출을 하며 있었던 일이다. 그날 운전기사는 중년의 라틴계 여성이었다. 차에는 승객이 한 사람 타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나를 데리러 오기 전에 시작했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라는 여승객은 첫 번째 남편이 죽고 재혼을 했었는데, 지금 이혼 수속 중이었다. 운전기사가 그녀에게 죽은 남편을 못 잊고 자꾸 비교가 되어 헤어지는 모양이라고 하니 승객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자기는 남편이 죽으면 결코 재혼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며 하는 말이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긴단다. 아마도 여성 호르몬이 줄어 상대적으로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물론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나.. 2022. 9. 16.
금성에서 온 그녀 나이가 드니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잠시 침대에 누워 인터넷으로 신문을 본다. 며칠 전 아침의 일이다. 아내가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아느냐고 묻는다. 순간, “무슨 의도로 그걸 묻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 의심과 편견을 가지고 시작한 대화가 아내의 의도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결국 아내는 나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도 웰다잉(well dying)을 놓고 시작한 대화가 삼천포로 빠져 어색한 아침을 맞은 적이 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늘 누구나 공감할만한 옳은 말을 하지만 대화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답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가지 대화 상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다 보.. 2022. 8. 17.
감자 아내는 과일이나 야채 껍질을 감나무 밑에 묻곤 한다. 거름이 되라고 주는 것이다. 가끔씩 그 자리에서 싹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사과나무가 나왔고, 토마토가 열렸으며, 몇 년 전에는 수박과 참외도 자란 적이 있다. 지난봄 감자 껍질을 버린 자리에 싹이 돋았다. 껍질에 붙어있던 눈이 자란 것이다. 아내가 거름을 주고 물을 주니 잘 자랐다. 어제저녁 텃밭에 물을 주던 아내가 “어디 감자나 캐볼까?” 하며 삽을 들고 살살 땅을 파 헤치니, 땅 속에서 이놈들이 나왔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하기도 하다. 텃밭은 아내의 놀이터다. 아이들이 모래상자 안에 들어가 놀듯이 아내는 텃밭에 들어가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대리 만족을 얻는다. 며칠 사이에 날씨가 많.. 202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