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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by 동쪽구름 2023. 11. 18.

갑자기 회사의 여직원과 결혼을 발표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회사도 그만둔 ‘다카코’에게 ‘진보초’에서 고서점을 하고 있는 외삼촌으로부터 책방 일을 도와달라는 전화가 온다. 작품의 배경이 된 진보초라는 동네는 고서점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집세 없이 서점의 2층 작은 방에 살며 가게 일을 도와 달라는 외삼촌의 제의를 받아들여 진보초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곧 일본 근대문학 (1868-1945년)에 빠져 들고, 근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친분을 맺게 된다. 

 

일상의 즐거움을 찾은 그녀에게 어느 날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둔 옛 남자친구가 연락을 해 온다. 그녀의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린 외삼촌에게 다카코는 남자와 헤어지게 된 배경을 털어놓는다. 외사촌의 제안에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밤 11시에 그 남자의 아파트를 찾아 가,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고 나온다. 남자와의 일을 그렇게 정리한 그녀는 얼마 후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며 서점을 떠난다. 여기까지가 책의 1부다. 

 

1년 반 후, 이번에는 다카코가 외삼촌에게 도움을 준다. 외삼촌에게는 5년 전 한 장의 쪽지를 남겨놓고 집을 나간 아내 ‘모모코’가 있다. 쪽지에는 왜 집을 나가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녀가 어느 날 홀연히 다시 나타나 다카코가 머물렀던 서점 2층으로 들어왔다. 돌아온 후에도 아내는 그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외삼촌은 다카코에게 아내의 비밀을 알아내 달라고 부탁한다. 

 

다카코는 자주 서점을 찾아 숙모와 가까워지고, 두 사람은 도쿄 서쪽 오쿠타마 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마침내 여행지에서 모모코는 다카코에게 지난 일을 털어놓는다. 

 

아기를 사산한 후, 슬픔에 빠져 있던 그녀는 서점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남편을 떠났다. 그 후 그녀는 자궁을 떼어내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20대 초반, 유부남의 아이를 가졌다가 임신중절로 아기를 없앤 일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모모코가 메모를 남겨 놓고 다시 집을 나갔다는 소식에 서점으로 달려간 다카코는 외삼촌에게 숙모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그녀를 찾아오라고 종용한다.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2009년에 '제3회 치요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휴가 아사코’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20~30대 일본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야기사와 사토시’의 소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중편 소설 분량의 얆은 책이다. 나는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동안 여러 편의 일본 소설을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처음부터 영어로 쓰인 책 보다 훨씬 읽기가 쉽다는 것을 발견했다. 번역에 충실하다 보면, 어려운 어휘나 문장을 피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 소설이라 정서적으로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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