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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서부전선 이상 없다

by 동쪽구름 2023. 1. 31.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로 이 영화를 1시간쯤 보다가 너무 어둡고 잔인한 살육장면이 많아 보기를 중단했었다. 그 후, 몇 편의 다른 영화를 보면서도 이 영화는 보지 않았다.

 

며칠 전 LA 타임스에 아카데미 상에 대한 기사와 함께 다시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영화를 마저 보았다. 

 

독일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어려서 읽었던 책인데,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1929년에 책이 출간되고, 다음 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1930년 제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17살의 ‘파울 보이머’는 참전을 독려하는 주변 분위기에 또래의 친구들과 독일제국의 승리를 위해 군에 자원한다. 충분한 훈련도 없이 전쟁터로 보내진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보급품도 없다. 죽은 전사자들의 군복을 수거하여 세탁하고 수선한 옷이 주어진다. 

 

하늘과 땅도 구분할 수 없이 포연이 자욱한 벌판과 참호에서 양쪽 (프랑스와 독일)은 살기 위해 총을 쏘고, 칼을 내지르고, 야전삽을 휘둘러 끝없는 살육을 반복한다. 

 

1차 세계대전은 기관총과 탱크, 화염 방사기, 독가스, 비행기 등의 현대식 무기가 등장하여 대량 학살이 가능해진 전쟁이었다. 1914년 전쟁 발발 후, 서부전선에서는 참호전이 벌어졌다. 1918년 종전까지 전선의 이동은 거의 없이 서로 밀고 당기는 소모전을 이어갔다. 1차 세계대전에서 1,7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중 참호에서만 300만 명의 젊은이들이 죽었다고 한다. 

 

원작소설에서는 1918년 10월 평화로운 어느 날, 주인공이 죽임을 당한다고만 나온다. 그리고 그날 최전선의 전황은 “서부(전선)에는 새로운 소식이 없다”는 한 줄 보고서로 상부에 전달된다. 

 

영화는 처절하고 극적으로 끝난다. 벼랑 끝까지 몰린 독일은 프랑스가 내놓은 치욕적인 휴전조건에 서명한다. 11시가 되면 모든 살생은 중단이 되는데, 15분을 남겨놓고 호전적인 독일 장군은 병사들에게 마지막 공격 명령을 내린다. 결국 보이머는 참호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강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100년이 지났지만 이름과 장소만 바뀌었을 뿐, 어리석은 인간들은 무의미한 살생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같은 종을 이렇게나 많이 죽이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신은 인간의 이런 죄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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