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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헤어질 결심

by 동쪽구름 2023. 1. 8.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남자의 사건을 수사하며 그의 아내인 중국인 ‘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된다. 가정 폭력과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며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감시한다.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서래가 누구를 돌보는지, 저녁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등 그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쯤에서 관객들은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피의자를 감시하는 형사라기보다는 연인은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다. 

 

서래도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경찰서에서 만난 그의 손가락을 관찰한다. 살인 용의자를 잡으러 가는 해준을 몰래 따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직 자신의 마음에서 생겨난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듯싶기도 하다. 

 

서래의 알리바이가 확인되지만, 얼마 후, 해준은 그녀가 알리바이를 꾸민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자에 미쳐" 형사의 직분을 망각했다는 좌괴감에 빠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끝이 난다. 

 

13개월 후, 두 사람은 다시 안개가 자욱하기로 유명한 도시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래의 새 남편이 살해된다.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들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금지된 사랑.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와 반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고, 잠들지 못하는 사람을 잠재워주고, 그를 지켜주기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 사랑이면, 이들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결심"을 한다. 

 

뜨거운 정사신 없이도 사랑을 그릴 수 있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정과 눈빛으로 읽을 수 있는 영화다.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신파적 사랑이지만 그래서 더 애절하고 비극적이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연기가 정말 좋다. 화면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카메라 앵글도 멋지다. 정훈희의 노래 ‘안개’는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든 노래처럼 영화와 딱 맞아떨어진다. 

 

기생충 이후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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