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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아이패드

by 동쪽구름 2023. 1. 27.

며칠 전 ‘아이패드 에어’를 샀다. 5년 넘게  쓴 구형 아이패드보다 당연히 빠르고 색상도 선명하다.

 

내가 애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내 생일 때의 일이다. 큰 아들 세일이가 내게 애플워치를 선물로 주었다. 난 그때 스마트 폰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이폰 없는 애플워치는 별로 실용성이 없어 보여, 며칠 후 애플 스토어에 가서 아이패드와 교환을 했다. 신형 애플 워치는 꽤 돈이 나가, 교환을 하고 $100 가까이 되는 돈을 선물권으로 받았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세일이는 내가 애플워치를 바꾼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좀 더 유용한 물건으로 바꾼 것인데, 사준 선물이 맘에 안 들어 바꾼 것으로 알고 섭섭했던 모양이다. 

 

아이패드로 카톡도 하고 인터넷 바둑도 두게 되었고, 결국 얼마 후에는 아이폰을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한 5년쯤 사용하고 나니, 아이패드의 작동이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새로 나온 앱들은 용량이 커 어떤 것은 구형 아이패드에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다시 애플 스토어를 찾아 좀 더 신형으로 교환했다. 

 

작년 가을에는 애플워치를 샀다. 심장전문의를 보게 되었는데, 스마트 워치로 심장을 모니터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시계가 좋으냐고 물어보니, 애플워치를 권했다. 몇 주 동안 월마트, 타겟, 베스트 바이, 아마존을 모니터 하다 아마존에서 애플워치 SE를 세일하는 것을 발견했다. 저렴한 가격에 베스트 바이에 가서 샀다. 베스트 바이는 다른 업체의 가격을 매치해 준다. 

 

난 전자기기를 사기 전에는 시간을 두고 이곳저곳 가격을 비교해 보고, 신형과 구형의 가치를 따져 산다. 대개는 최신형보다는 한두 세대 전의 것을 산다. 아이폰 10이 나왔을 때는 보급형인 XR 모델을 샀고, 최근에는 아이폰 13을 샀다.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고 덥석 사거나 하지 않는다. 사용하던 아이폰 XR도 배터리만 갈아 몇 년 더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3년 이상 쓰고 나니 배터리의 충전 용량이 전과 같지 않았다. 

 

작년 12월, AT&T 에서 월 $5에 아이폰 13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메일이 왔다.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 $89을 생각하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싶어 전화기를 바꾼 것이다. 

 

아직도 쓸만한 아이패드를 놓아두고 아이패드 에어를 산 것은 순전히 그림 그리는 작가 ‘이연’ 때문이다. 그녀가 ‘아이패드 프로’를 소개하며 자랑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것이다. 아이패드 위에 쓱쓱 그림을 그리는 그녀를 보며 나도 아이패드만 있으면 그녀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헌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11인치 작은 것이 $799. 그러다가 그녀가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를 비교하는 영상 보게 되었다. 그녀의 말인즉, 좋기로는 아이패드 프로가 좋지만, 에어도 충분히 좋다는 것. 만약 부모님의 돈으로 사는 것이라면 에어를 사고, 본인이 돈을 벌어 사는 것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프로를 사라는 충고까지. 

 

솔직히 나는 그녀가 최고로 좋다고 한 $1,099짜리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내게 필요치 않은 물건에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게다가 그녀는 그림은 아이패드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이보다 훨씬 못한 태블릿으로도 사람들은 멋진 그림을 그렸노라고 했다. 

 

아이패드 에어 64GB의 가격은 $599. 다시 싼 가격을 찾고 기다리는 일이 시작되었다. 애플에서는 리퍼비시 한 물건을 15% 정도 싸게 판다고 해서 들어가 보니, $469에 판다. 2018년에 나온 아이패드 프로도 $469. 몇 번이나 바구니에 담았다 꺼내기를 반복했다. 5년이나 된 구형을 사도 될까 싶었다. 

 

애플 기기들은 특별히 싼 것도 없고,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없다. 비싼 것은 그만큼 빠르고 큰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신형 모델이 나오면 그전 세대 것은 당연히 가격이 떨어진다.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또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기기를 사면 되는 것이다. 스트리밍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임 마니아나 그래픽 디자이너 같이 빠른 칩과 큰 용량이 필요치 않는 한, 기본 사양으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며칠 후, 아마존과 베스트 바이에서 아이패드 에어를 $499에 세일한다. 더 이상 내려갈 것 같지 않아, 베스트 바이에 가서 샀다. 베스트 바이 카드로 사고 일시불로 결제를 하면, 구매가의 5%를 선물권으로 돌려준다. 마침 지난가을 조카 녀석의 노트북을 사며 받아 둔 $35 선물권도 있다. $464에 신형 아이패드 에어를 사들고 왔다. 

 

그날 애플펜슬은 사지 않았다. 마침 베스트 바이 카드를 쓰면 10%를 돌려주는 프로모션 중이었다. 이달 말 카드값을 정산하고 10% 를 돌려받으면, 그걸 들고 가서 애플펜슬을 살 작정이다. 

 

내가 쓰던 구형 아이패드는 리셋해서 아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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