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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2022년 크리스마스

by 동쪽구름 2022. 12. 27.

연중무휴 문을 여는 쇼핑몰도 일 년에  4번, 1월 1일,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닫는다. 이 중, 미국의 최대 명절은 뭐니 뭐니 해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다. 1월 1일은 그전날인 12월 31일 자정 카운트다운을 보고 새벽까지 놀다가 늦잠을 자는 날이며, 부활절은 교회에 가는 날이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진정한 가족 명절이다. 눈을 헤치고 차를 몰아 고향에 가고, 가족끼리 모여 음식을 먹고 선물을 나눈다. 대부분의 식당도 이날은 문을 닫고, 밤늦도록 영업을 하는 패스트푸드 가게들도 저녁 일찍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미국에 와서 40년 가까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가족 모임을 해 왔다. 그동안 아이들이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식구가 늘어났고, 아내는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기에 몇 년 전부터 식사는 식당에 가서 하고, 집에 와서는 디저트와 과일을 먹으며 선물을 나누고 있다. 

 

추수감사절에는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열기 때문에 식당예약에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는 문을 여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Denny’s 같은 대중식당을 제외하고는 극히 일부 식당만이 문을 연다. 캐이터링조차도 하는 곳이 없다. 중국식당은 예외다. 거의 모든 중국집은 크리스마스에 영업을 하며,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대인들은 전통처럼 크리스마스날에는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크리스마스 모임을 식당에서 하려면 25일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어쩌다 보니 금년에는 25일에 가족 모임을 하게 되었다. 일찌감치 집 근처 중국집에 예약을 했다. 혹시나 싶어 당일 낮에 예약확인 전화를 하니 전화연결이 안 된다. 한참만에 연결이 되었는데, 전화기를 통해 왁자지끌한 소리가 들려온다. 엄청 바쁜 것이 분명하다. 겨우 예약을 확인했다. 

 

5시, 시간에 맞추어 식당에 가니, 투고 손님들이 문 밖까지 줄을 서 있다. 우리가 예약한 테이블은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종업원은 바쁘게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아이들이 종업원을 도와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 자리를 잡았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유대인 그룹이 자리를 잡았는데, 일곱 개의 촛대가 달린 유대인 전통 '메노라'를 테이블 가운데 놓고 식사를 한다. 

 

주방이 바쁘니 주문한 음식은 뜨문뜨문 순서 없이 나오고, 2시간에 걸쳐 겨우 식사를 마쳤다. 집에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려했는데, 문을 닫았다. 

 

집에 와서 선물을 풀었다. 우리 집 선물 나누기 전통은 가장 나이 어린아이부터 선물을 받는다.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노인들도 선물을 기다리시기 때문에 아이들 순서가 끝나면 두 분에게 먼저 드리고 나머지 성인들이 선물을 나누었다. 이제 부모님이 안 계시니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난 노인취급받기 싫어 나이대로 맨 나중에 받는다.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을 끝으로 한 해가 저문다. Merry Christmas to you All!

 

앞으로는 12월 25일은 피해서 가족모임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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