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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엘튼 존과의 인연

by 동쪽구름 2022. 11. 24.

엘튼 존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11월 20일 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그의 마지막 투어에 가지 못했다.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목이 좀 칼칼하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불안했던지, 한밤중에 일어나 감기약을 찾아먹고 마스크를 끼고 잤다. 다음날 아침, 집에 있는 테스트 키트로 검사를 해 보니 음성. 늘 주말에 하는 집안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점심에는 월남 국숫집에 가서 국수도 한 그릇 먹고 왔는데, 오후에 앓아눕고 말았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몸살 기운이 있다는 것을 보니 코로나 증상이다. 요즘 좀 경계가 느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역시나가 된 것이다.

 

아내는 짐을 챙겨 건넌방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출장이나 여행 때를 제외하고는 싸우고도 잠자리를 따로 한 적은 없는데, 결국 코로나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다. 다음날 아침, 다시 검사를 하니 선명하게 두 줄이 나타났다. 코로나 양성이다.

 

9년 전, 엘튼 존이 어바인에서 공연을 할 때, 티켓을 구입해서 학수고대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 전날 갑자기 내게 어지러움증이 찾아왔다. 하룻밤 잘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다음날은 더 심해져 결국 약을 먹고 잠에 빠져 콘서트 장에 가지 못했다. 힘들게 구했던 표 두 장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은퇴를 앞둔 엘튼 존이 미국 공연을 하며 다저스 구장에 온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 티켓 두 장을 일찌감치 사 두었다. 내가 표를 살 때는 일요일 하루만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그 후 목요일과 토요일 이틀이 더해졌다.

 

토요일 LA 타임스 신문에는 목요일 공연에 대한 기사가 크게 보도되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튼 존 특유의 가창력을 보여준 멋진 공연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공연인 일요일에는 초대 손님들도 등장하며 더 멋진 공연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한 금요일 밤에 티켓을 팔기로 하고 평소 거래하는 티켓 중개인에게 넘겨주었고, 티켓은 토요일 오전에 팔렸다. 이날 콘서트의 인기를 증명하듯 내가 샀던 가격보다 더 받고 팔았다. 그래도 내 허전한 마음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마지막 콘서트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스트리밍 했다. $7.99에 한 달 구독을 신청하고 아내 없는 방에서 혼자 그의 콘서트를 보았다.

 

역시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배가 나와 노래 한곡 부르고 일어서서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뒤뚱거리며 걷는 폼이 영락없는 아저씨다. 노래도 적당히 키를 낮추어 편곡을 해서 부른다. 하지만 75세의 나이에 이 정도면 대단하다. 2시간이 넘는 공연에 중간에 5분 남짓 옷을 갈아입은 것 외에는 피아노 앞에서 쉼 없이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는 또 얼마나 열정적으로 치는지.

 

무대 앞 객석에는 남녀노소 관객들이 화려한 엘튼 존 옷차림새로 춤을 추고 난리가 났다. 그의 콘서트 장에 참석했던 횟수를 적은 플래카드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100여 회가 넘는 것들도 많았다.

 

이제껏 다저스 구장에서 열렸던 콘서트를 여러 번 보았지만, 이번만큼 화려한 콘서트는 없었지 싶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열리는 유럽투어 실황도 보고 싶다.

 

Good Bye, Elton John!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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