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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또다시 조기 탈락

by 동쪽구름 2022. 10. 19.

LA 다저스의 시즌 기록은 111 51, 승률 .685, 메이저리그 최고이며 같은 조의 2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는 22게임 차이로 일찌감치 플레이 오프 1 시드를 차지했다. 로보츠 감독은 시즌 ,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장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플레이 오프 1 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에서 올라온 파드레스에게 1 3패의 전적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스포츠도 이기면 실수도 잘못도 용서가 되고, 지면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해진다. 그렇게라도 속을 푸는 것이 팬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속을 풀어 보고자 한다.

 

다저스의 간판 투수 워커 뷸러가 토미 존 수술로 일치감치 시즌을 마감하고, 노장 커쇼가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 다저스는 오른손 선발투수를 보강했어야 한다. 샌디에이고가 대형 타자 후안 소토와 마무리 투수 조시 헤이더를 영입한 반면, 다저스는 필요한 선수 보강을 하지 않았다. 팀 내 자원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가을이 되면 부상에서 돌아올 것으로 믿었던 블레이크 트라이넨의 재활이 늦어지고, 믿었던 우완 투수 토니 곤솔린이 부상을 입었고, 믿었던 마무리 투수 킴브럴이 부진해지며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아무도 다저스가 플레이 오프 1차 시리즈에서 맥없이 무너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10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단 한번, 그것도 팬데믹 탓에 60게임 시즌으로 끝냈던 2020년 우승이 유일한 것을 보면 다저스의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162게임 장기 레이스인 시즌과 플레이 오프는 완전히 다르다. 다저스는 폭넓고 탄탄한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6개월에 걸친 장기 레이스에서 충분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 컨디션 조절을 하게 하고, 물이 오르고 핫한 신인들을 불러 올려 성적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플레이 오프는 다르다. 평소보다 많은 관중, 특히 상대팀 구장에 가서 맞게 되는 관중의 야유와 함성은 경험 없는 선수들을 위축하기에 충분하다. 때맞추어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며칠 사이에 회복을 못하면, 팀 전력에 구멍으로 남는다. 장기 리그에서는 힘의 안배가 중요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집중력과 오늘 게임에 다 쏟아붓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다저스는 여기서 실패했다.

 

한 예로 포스트시즌 선수 명단에 넣어서 데리고 간 선수 중 3명, 투수 더스틴 메이, 야수 조이 갤로와 미겔 바르가스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쓰지 않을 선수라면 왜 데리고 갔는가 말이다.

 

다저스의 사장 앤드류 프리드먼이 다저스의 작전에 크게 개입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와 같은 코드의 로버트 감독은 주전투수가 상대방 타선을 3번 이상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저스는 특히 플레이 오프 게임에서는 선발투수를 5회 이상 잘 쓰지 않는다. 또한 다저스는 통계에 크게 의존하는 야구를 한다. 수비 시프트를 많이 하고, 상대방 왼손 타자에게는 좌완 투수를 , 상대방 우완 투수에게는 오른손 타자를 낸다. 게임 수가 많은 정규리그에서는 당연히 통계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플레이 오프는 단기전이다. 한, 두 게임에서는 통계가 답이 아니다. 이때는 감독이 촉으로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데, 로보츠 감독은 이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

 

구원투수는 어떤 선수들인가. 투수는 뭐니 뭐니 해도 선발투수가 최고다. 5일에 한번 등판해서 1게임 던지면 4일은 더그아웃에 앉아 해바라기 씨나 뱉어내며 구경만 하고도 팀에서 가장 돈을 많이 받는 선수 중의 하나가 된다. 구원투수 중에 가장 잘하는 선수들은 마무리 투수가 된다. 팀의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이들도 특별 대우를 받는다. 나머지 오합지졸들이 구원투수다. 즉, 투수 중에서는 기량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들이 구원투수로 남는다. 박찬호 선수도 전성기가 지나 선발에서 밀려난 후, 한동안 구원투수를 하다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그렇다면 플레이 오프 같은 단기전에서는 가능하면 선발투수로 하여금 오래 던지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6회에 나온 선발투수가 없다. 4차전에서  5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앤더슨 조차도 6회에 나오지 않았다.

 

다저스는 득점을 만들어 내는데 능하지 못했다. 플레이 오프는 매 게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가장 잘하는 투수를 내세워 실점을 막는다. 따라서 대량득점이 쉽지 않다. 노아웃 또는 1 아웃에 주자가 3루에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득점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가능한 작전 중의 하나는 번트다. 다저스는 무사 또는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자가 나와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삼진과 내야 뜬 공으로 아웃되며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다.

 

금년 시즌 새로 생긴 플레이 오프 구성도 다저스처럼 시즌 성적이 좋은 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디비전 우승 팀 셋이 올라가고, 나머지 팀들 중 성적 1, 2위가 단판승부 와일드카드 게임을 벌여 승자가 올라가 4팀이 1차 시리즈를 했다. 금년부터는 와일드카드를 3팀으로 늘리고 와일드카드 게임도 3전 2승 시리즈로 만들었다.

 

디비전 우승 팀 중 성적이 좋은 두 팀이 1, 2번 시드에 오르고, 나머지 팀들 중 성적이 좋은 세 팀이 디비전 우승 팀 중 승률이 가장 낮은 팀과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벌렸다.

 

내셔널 리그에서는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1, 2번 시드에 일찌감치 올라가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들에게는 5-6일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이 휴식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게임을 하던 선수들에게 주어진 5-6일의 휴식은 리듬을 깨는 역할을 했다. 약이 아닌 독이 된 셈이다.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1번 시드의 다저스는 파드레스에게, 2번 시드의 브레이브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시리즈 전적 3대 1로 지고 말았다.

 

일지감치 탈락한 다저스에게는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한때 리그 MVP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고 그런 선수로 전락한 벨린저, 다저스에 와서 나름 큰 활약을 보여주었던 트레이 터너, 그리고 다저스의 간판투수 커쇼 등이 모두 자유계약 선수가 된다. 이들의 거취 문제, 공백에 있는 마무리 투수, 불확실한 선발 투수진 등이 프리드먼에게 주어진 숙제다.

 

과연 다저스는 이렇게 매번 플레이 오프 진출만 할 것인지, 2023년 또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조기 탈락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해고하고 싶지만, 매년 성공적으로 관중을 불러 모아 돈을 벌어주니 소유주들은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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