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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빵가게 재습격

by 동쪽구름 2023. 1. 25.

내가 읽은 하루키 소설집 ‘빵가게 재습격’ 은 2000년 판이다. 2014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개정판에는 3 작품이 더 들어 있다.

 

빵가게 재습격 - 새벽 두 시, 잠을 깬 아내와 나는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인다. 여섯 개의 캔맥주를 나눠 마셔도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예전에 빵가게를 습격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고, 아내는 빵가게를 찾아 가지고 한다. 두 사람은 산탄총을 들고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코끼리의 소멸 - 마을 축사에서 코끼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코끼리 발에 채워놓은 족쇄만 남아 있고 밖으로 향한 발자국은 없다. 사육사도 함께 사라졌다. 

 

패밀리 어페어 - 전자제품 회사 광고부에 근무하는 나는 몇 년째 여동생과 살고 있다. 여동생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컴퓨터 엔지니어와 사귀어 결혼을 하기로 하며 평온하던 공동생활에 변화가 찾아온다.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 나는 동업자 ‘와타나베 노보루’와 번역사무실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커피숍에서 잡지에 실린 쌍둥이의 사진을 보게 된다. 이미 헤어진 그녀들의 사진을 보며 혹시 만나게 되면, “다시 같이 살지 않을래”라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쌍둥이가 누구며, 그들과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 – 나는 매일 그날의 일을 간단히 메모해 두었다가 일요일에 정리하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오후,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일기를 쓰고 있었다. 오후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세를 더해 가더니, 어느 순간 딱 멈추었다. 바람이 불기 전이나 멈춘 후나 세상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 나는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어 집안일을 한다. 어느 날 아침, 스파게티 면을 삶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여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내의 부탁으로 사라진 고양이 ‘와타나베 노보루’를 찾기 위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가 한 여자아이를 만난다.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여자아이는 사라지고 없다. (이 작품은 후에 ‘태엽 감는 새’라는 장편소설이 되었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인 다소 몽환적 분위기와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른 시간과 공간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딘가 부족한 면을 지니고 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도 않았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으면서도 과감히 바꾸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주인공인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어쩌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 몫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운명. 하루키 소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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