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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작별 인사

by 동쪽구름 2022. 12. 18.

작가 ‘김영하’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를 읽으며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와 ‘클라라와 태양’를 연상하게 되었다. 아마도 소재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의 무대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한 가까운 미래의 한국.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닮은 외형을 지녔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로봇을 뜻한다. 인간과 닮은 인조인간인 셈이다. 

 

‘철이’는 평양에 있는 IT 기업 ‘휴먼매터스’ 의 연구단지에서 연구원인 아버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휴먼매터스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바깥세상은 내전을 겪고 있다. 철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아버지에게서 홈스쿨링을 받는다. 

 

평화로운 일상을 살던 철이는 어느 날 거리에 나갔다가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에 걸려 수용소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아버지가 만든 휴머노이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선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어 잉태된 아이가 아니고, 장기와 신체를 활용하기 위해 인간 배아를 복제해 만든 인간이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에 나오는 아이들과 비슷한 운명을 지녔다. 

 

소설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며 대단한 서스펜스나  반전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보다 대화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소설로는 이야기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로봇은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에 불과하지만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같은 생각과 본능을 지녔다. 인간은 사랑받고 싶어 하며 살고 싶어 한다. 폐기 처분될 운명의 휴머노이드들도 살고 싶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미래의 세계에 망가진 몸은 로봇의 부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요즘 인공관절 수술을 하듯이 인공 팔다리를 붙이고, 장기도 실험실에서 배양을 해서 이식하면 된다. 뇌만 살아 있으면 로봇의 몸에 넣어 계속 생존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나올 수 있다. 그럼 인간의 뇌란 무엇인가. 작은 전기 신호들이 모여 기억을 만들고, 전기 신호로 그 기억을 넣다 뺏다 하는 마이크로 칩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휴머노이드들은 자신의 기억 장치를 클라우드에 있는 초대형 서버에 업로드함으로 가상공간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만약 인간의 뇌 신호를 이런 식으로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다면 우리도 가상공간에서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김영하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과 관련 여러 가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가 양산되게 되면, 마치 오늘날 애완동물들이 버려지듯이 이들도 쉽게 버려지지 않을까. 이들에 대한 학대나 차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더 나아가 이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게 되면, 인간보다 훨씬 힘이 세고 똑똑한 이들에게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은 ‘작별’로 끝이 난다. 이야기의 끝에서 결국 인류는 사라지고, 개별성을 상실한 통합된 인공지능의 의식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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