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동쪽구름 2023. 1. 7.

브라운 대학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테드 창’은 1990년 첫 단편 ‘바빌론의 탑’을 발표하여 최연소로 네뷸러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받아, 휴고상을 4번, 로커스상을 4번, 네뷸러상을 4번이나 수상했다.

 

그의 첫 작품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 소설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바빌론의 탑’ 은 성서에 나오는 바로 그 탑을 쌓아 올려, 하늘의 천장에 닿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해’는 약물로 인간의 지능이 인공적으로 계속 발달하여 AI를 능가하게 되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원하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텍트’의 원작이다. 어느 날 지구에 외계의 생명체가 나타나자 언어학자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며 벌어지는 일이다. 생각은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도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 

 

‘일흔두 글자’는 글자의 조합으로 인조인간 (로봇)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각기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는 전능한 신과 그의 천사들이 지구를 방문하며 사람들에게 축복과 고난과 응징을 나누어 준다. 과연 무엇이 축복이고 저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내가 이 책에서 ‘네 인생의 이야기’와 함께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다. 어떤 장치가 있어 이걸 작동시키면 추함과 아름다움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외모로 연애뿐 아니라 취업이나 출세 등의 혜택을 누리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똑 같이 보이는 세상이 좋기만 할까? 

 

그의 소설에는 복잡한 과학이론의 설명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첨단 장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하는 긴 설명도 없다. 다소 주술적인 방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테드 창은 어떤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가끔씩 제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당신 소설이 정말 SF가 맞나요?’”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물리나 과학의 요소가 담긴 SF적 글이지만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삶에 대한 의문이다. 신은 존재하는가? 생과 사는 신의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생과 사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간은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가?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의 도서관  (2) 2023.01.22
울분  (3) 2023.01.12
카사노바 호텔  (3) 2023.01.02
작별 인사  (5) 2022.12.18
연필로 쓰기  (4)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