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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엘비스

by 동쪽구름 2022. 7. 11.

내가 사는 밸리 지역에는 퍼시픽 영화관이 가장 현대식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었다. 코로나가 확산되며 봉쇄령이 내려지고 모든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퍼시픽은 파산 선고를 했고, 일부 영화관은 AMC로 넘어갔다. 문 닫은 우리 동네 퍼시픽 영화관 두 곳은 아직도 빈 건물로 남아 있다.

 

백신이 공급되고 비지니스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며 포터랜치에 새로 AMC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그 영화관에 가서 ‘엘비스’를 보았다. 영화관 좌석은 모두 지정석이며 히팅이 되는 안락하기 그지없는 리클라이너 의자다. 보통 때는 장애인석 빈 공간에서 휠체어에 앉아 영화를 보곤 했는데, 리클라이너를 보니 욕심이 났다. 그래서 앉아 보았는데, 무척 안락하고 편했다.

 

AMC 극장의 티켓 가격은 성인 $16.39, 시니어 $14.39인데, 4시 이전 상영은 30%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 여름 피서 치고는 괜찮은 셈이다.

 

나는 젊어서는 엘비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좀 느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들며 좋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의 팬이다. 엘비스의 노래는 캘리포니아 날씨와 잘 어울린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대신 창문을 모두 내리고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바다를 낀 도로를 달리며 그의 노래를 들으면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의 노래에는 청춘의 에너지가 있다.

 

영화 ‘엘비스’는 그의 매니저였던 ‘톰 파커’(톰 행크스) 대령의 시각으로 본 엘비스의 이야기다. 

 

엘비스 음악의 시작은 가스펠이었으며 흑인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격적인 하체 동작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풍기문란의 대상이었다. 영화는 인종차별법이 철폐되기 전, 흑백 분리를 당연시하던 시대에 엘비스 프레슬리가 음악을 통해 그 장벽을 허물었음을 암시한다. 

 

매니저 파커는 블루스 흑인음악을 하는 열아홉 살 백인 청년 엘비스를 전국적인 인기 스타로 만들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요즘 연예계에서 말하는 노예계약에 가까운 계약을 받아 낸다. 노름에 빠져 엄청난 돈을 잃어, 엘비스에게 큰 재정적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이야기를 파커 대령의 시각에서 풀어나가다 보니 엘비스의 아내 '프리실라'의 이야기가 묻혀 버렸다. 해군 조종사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거주하던 그녀는 독일에 주둔하던 엘비스와 14살에 만나 19살에 딸을 낳았다.

 

영화에는 엘비스가 부모와 함께 살았던 ‘그레이스랜드’도 등장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수년 전 아내와 함께 이곳에 가서 둘러본 적이 있다. 엘비스가 타던 차와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엘비스 역의 ‘오스틴 버틀러’의 연기가 돋보인다. 마지막 공연 장면은 MGM 영화사가 5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담은 1970년 공연 실황의 엘비스와 오스틴 버틀러의 목소리를 섞은 것이다. 엘비스가 피아노에 앉아 부르는 '언체인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초기 엘비스의 노래는 버틀러가 실제로 부르는 것이며, 후반부에서 나이가 든 엘비스가 부르는 노래에는 엘비스의 목소리를 섞었다고 한다. 그는 13살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쳤다. 

 

영화는 1시간 39분이지만 지루함 없이 진행된다. 내가 가던 날, 객석은 대부분 중년으로 차 있었다. 엘비스를 좋아하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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