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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굿 럭 투 유, 레오 그란데

by 동쪽구름 2022. 6. 19.

남편과 사별한 55세의 주인공 ‘낸시’(에마 톰슨)는 성인이 된 두 자녀를 둔 은퇴한 교사다. 지성과 분별력, 도덕관념에 익숙한 그녀는 한 남자와 평범한 삶을 살았다. 남편과 31년간의 부부 생활 동안 단 한차례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녀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손길을 느껴 보고 싶었다.

 

망설임 끝에, 에스코트 서비스를 통해 아들 나이 또래의 젊은 남성 ‘리오 그란데’(대릴 맥코맥)를 만나게 된다. 20대이긴 하지만 이 업계에서는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리오다. 막상 호텔 방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한 낸시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자꾸 딴청을 부리지만, 리오는 프로답게 그녀를 이끌어 첫 번 만남을 잘 끝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만남.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리오에게는 군에 간 남동생이 있고, 어머니와는 연락을 끊고 산다. 가족은 그가 이런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낸시는 그가 하는 일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와 가족에게 떳떳이 알릴 것을 권한다. 

 

그녀의 순진함과 어머니 같은 마음에 리오는 낸시를 좋아하지만, 거기까지가 그가 정한 한계다. 자신의 신분이나 사생활을 낸시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세 번째 만남에서 낸시는 리오의 본명을 알아냈음을 말하고, 리오는 크게 화를 내고 방을 나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번째 만남. 

 

영화는 세대 차이가 나는 남녀가 호텔 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만들어 가는  상황에 집중하고, 그들 사이에 형성되는 친밀감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반전과 굴곡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영화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온 중년 여성 낸시를 통해 섹스는 나이를 불문하고 흥분되는 심리적 현상이며 사람은 누구나 성애를 추구하고 있음에 공감하게 한다. 낸시는 중년의 한가로움에 안주하지 않고 레오와의 만남을 통해 대담하고 솔직한 용기로 그동안 부정해왔던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에스코트 서비스는 단순한 성매매가 아닌 이성의 동반자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레오는 자신의 고객 중에는 섹스 없이 이야기만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섹스 대행자’(sex surrogate) 또는 ‘섹스 요법’(sex therapy)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섹스는 결혼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섹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의 성적 환상을 배우자가 채워주지 못할 때, 전문가에게서 그런 서비스를 받아 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은 부도덕한 일인가? 

 

이 영화를 보며 ‘헬렌 헌트’가 나왔던 영화 ‘세션; 그 남자가 사랑하는 법’(The Sessions)을 생각했다. 소아마비로 침대에 누워 살아야 했던 실존인물 ‘마크 오브라이언’의 이야기다. 그의 소원은 여자와 섹스를 해보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고해성사를 통해 신부님에게 자신의 욕망을 고백하고 섹스 치료사인 ‘셰릴 코헨 그린’과의 세션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의 소망을 이룬다. 

 

섹스 코미디 영화 ‘굿 럭 투 유, 레오 그란데’ (Good Luck to You, Leo Grande)는 Hulu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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