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에세이 집 ‘필름 속을 걷다’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영화 평론가의 책이니 만큼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영화에 나온 도시와 거리를 찾아가는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2007년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영화들도 2000년 전후에 나온, 이제는 20년쯤 된 영화들이다. 유럽이 많이 등장하고, 홍콩과 뉴질랜드, 그리고 시카고가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식당, 호텔, 상점 등은 그 유명세를 타고 관광 명소가 되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들이 관공 명소가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 와서 기념품을 사고, 사진을 찍는다. 영화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였던 무대가 실제로는 세트장인 경우도 있고, 다른 장소에서 찍어 끼워 맞춘 것도 있다.
영화가 소설과 다른 것은 영상과 음향으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나는 요즘 소설을 읽다가 (특히 하루키의 책) 노래가 등장하면 찾아서 들어보곤 한다. 책은 그날의 날씨, 주변의 환경, 그리고 배경 음악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가져다준다. 마치 내가 싸 먹는 김밥이나 쌈밥 같다.
영화는 감독이 준비한 코스 요리 같다고나 할까. 내 입에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3일 남짓한 시간 동안 영화의 무대가 된 도시를 찾아 스토리의 동선을 따라간다. 주인공들이 묵었던 호텔에 묵기도 하고, 그들이 먹었던 식당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기도 한다.
내가 보았던 영화도 있고, 보지 않았던 영화들도 있다. 오래된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화가 넷플릭스에서는 찾을 수 없다. 도리어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에서는 대여가 가능하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하나씩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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