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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오, 윌리엄!

by 동쪽구름 2022. 2. 7.

‘오, 윌리엄!’(Oh, William!) 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내 이름은 루시 버튼’의 후속 편이다. 1956년생인 스트라우트는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메인 주와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이런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잘 그리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 같기도 하고, 가족이나 이웃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윌리엄은 루시의 첫 번째 남편이다. 두 사람은 이혼한 후, 각자 재혼, 윌리암은 세 번, 후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 그들의 배우자들도 이런 관계에 별 거부감이 없다. 루시의 두 번째 남편이 사망했을 때, 윌리엄이 뒷일을 처리해 주었다. 루시는 그의 재혼한 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혼 후 더 돈독해진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의 정서는 부부가 이혼을 하면 본인들은 물론 일가친척들까지 서먹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적대적 관계가 되곤 했었다.

 

루시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2차 대전 때 유럽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웠으며 그때 받은 충격으로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그는 독일인이라면 원수로 생각한다. 루시가 대학에 입학하여 집을 떠나는 날, 학교 선생님이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워 데려다준다. 그녀가 변변한 옷도 없다는 것을 안 선생님은 가는 길에 가게에 들려 옷도 한 보따리 사 준다. 루시의 자존심을 생각해 어른이 되면 갚으라고 한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독일인이며, 2차 대전 때 미군에게 포로로 잡혔다. 그 후 미국에 와서 감자 농사를 지으며 미국 시민이 된다. 루시가 대학에서 만난 윌리암을 집으로 데리고 가 인사를 시키자, 아버지는 단번에 그가 독일인임을 알아보고 쫓아 버린다. 

 

루시와 윌리엄 사이에는 딸이 둘 있다. 화학자이며 대학교수인 윌리엄은 작가가 된 루시를 소울메이트처럼 생각하지만,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운다. 결국 루시가 그를 떠나며 두 사람은 헤어진다. 

 

윌리엄은 죽은 어머니 ‘캐서린’ 이 첫 남편과 헤어진 후 자신의 아버지를 만났다는 것 외에 그녀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세 번째 부인이 생일 선물로 준 조상을 찾는 서비스를 통해 자신에게 ‘로에스’라는 의붓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는 루시에게 어머니의 과거를 찾는 여행에 동행해 줄 것을 부탁한다. 고향을 찾은 두 사람은 캐서린이 어린 딸을 버리고 집을 나갔으며, 입양되어 자란 그녀가 근처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로에스를 찾아 가지만 윌리엄은 그녀를 마주하지 못하고, 루시가 그녀를 만나고 온다. 

 

로에스는 그녀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후, 어머니 캐서린이 찾아왔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그녀의 안부보다는 자신,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들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다가 갔다며, 자신은 윌리엄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루시는 그녀에게서 캐서린의 과거를 알게 된다. 캐서린은 루시 보다도 훨씬 더 가난한 농가 출신이었다. 루시가 기억하는 시어머니는 상류층 여성의 모습이다. 늘 화려한 의상에 골프를 치고, 컨트리클럽을 드나들었다. 루시에게도 골프를 가르치려 했고, 생일선물로 책을 사고 싶다는 루시에게 골프채 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늘 루시를 가엾게(업신) 여기고 상류층의 삶을 가르치려고 했다. 결국 그녀는 루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지우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남편과 사별한 루시와 아내가 집을 나가 독신이 된 윌리엄은 이렇게 좋은 친구로 서로를 의지하며 늙어 간다. 

스트라우트는 루시의 입을 통해 마치 수다쟁이 이웃 아줌마가 말하듯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말을 하다 보면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더러는 여과되지 않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가.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도 그렇다. 내 또래의 작가가 쓴 우리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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