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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노인의 화려한 외출

by 동쪽구름 2022. 1. 5.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요양병원이나 양로원에 있는 노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볼만한 화려한 외출에 대한 이야기다.

 

100세 생일날, 주인공 '알란'은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도망친다. 버스 정거장에서 화장실에 가는 한 남자의 캐리어 가방을 잠시 맡아주었다가, 버스가 오자 캐리어를 들고 자리를 뜬다. 인적이 드문 역에 내려 잠시 쉬다가 ‘율리우스’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집에 가서 밥과 술을 얻어먹게 된다. 

 

캐리어를 도둑맞은 남자는 네버어게인이라는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노인의 행적을 물어 율리우스의 집으로 찾아온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그를 발견한 알란은 둔기로 그의 머리를 내리쳐 실신시키고, 율리우스와 알란은 그를 잠시 냉동고에 가두어 둔다. 캐리어를 열어 본 두 사람은 3,750만 크로나라는 거액을 발견한다. 그 돈은 마약거래로 받은 조직의 돈이며 냉동고에 갇힌 남자는 그 돈을 보스에게 가져다주던 길이었다. 

 

창고 안에 갇힌 남자가 깨어나 소란을 피우자, 율리우스는 냉동고의 전원을 켜 그를 조용하게 만든다. 보드카를 나누어 마신 두 사람은 잠이 들고 밤새 켜 둔 냉동고에서 남자는 얼어 죽는다. 

 

돈을 잃은 조직은 사람들을 보내 알란을 쫓고, 경찰은 납치와 살인을 의심하며 알란 일행을 쫓는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인 알란의 좌충우돌 모험과 과거형으로 진행되는 알란의 100년 인생을 오가며 이어진다. 

 

10대 시절부터 폭탄 제조에 관심이 많았던 알란은 실험 중 폭발 사고를 일으켜 이웃 식료품 가게 주인을 죽게 한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 그는 인종주의자 교수에 의해 ‘우생학적이며 사회학적인’ 이유로 거세를 당한다. 

 

그 후 병원에서 나온 그는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 영국 윈스턴 처칠, 중국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 등과 인연을 맺게 되고, 미국과 소련의 원자폭탄 제조에도 기여한다. 트루먼 대통령과 스탈린을 만나고, 존슨 대통령을 만나 미국 스파이로 일하면서 소련 붕괴의 원인을 제공한다.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는 대목도 있다. 

 

큼직한 세계사적인 사건에 알란을 등장시켜 픽션으로 엮는 것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킨다. 에필로그까지 포함 499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 소설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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