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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크로스로드(Crossroads)

by 동쪽구름 2022. 1. 2.

‘조너선 프랜즌’의 소설 ‘크로스로드’(Crossroads)는 592페이지의 매우 긴 장편소설이다. 한글 번역본은 이보다 더 길어, 거의 900페이지에 달한다고 들었다.

 

1970년대, 4자녀를 둔 한 가정을 통해 인종차별, 베트남 전쟁, 마약 문제 등 미국 사회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책은 1, 2부, 대림절과 부활절로 나누어진다.

 

대림절 (1971년 겨울에 시작된다)

 

교회 부목사인 ‘러스’는 아내에게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교회 신도인 젊고 매력적인 과부 ‘프랜시스’에게 마음을 둔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교회 청소년 프로그램인 ‘크로스로드’를 젊은 전도사 ‘릭’에게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는, 그에 대한 증오심을 키운다. 

 

딸 ‘베키’와 둘째 아들 ‘페리’는 크로스로드에 가입을 한다. 대마초 거래를 하던 페리는 그 일에서 손을 뗐다고 했지만, 베키는 계속 그를 의심한다. 독신이던 이모가 죽으며 베키에게 1만 3천 달러의 유산을 남긴다. 이모는 그녀에게 이 돈으로 유럽여행을 하고 사립대학에 진학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베키의 부모는 그 돈을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도리라고 그녀를 압박한다. 

 

베키는 ‘테너’라는 남자아이의 영향으로 크로스로드에 들어가지만, 후에는 스스로 자신의 신앙심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이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을 오빠 ‘클렘’과 동생인 페리에게 나누어 준다.

 

클렘은 대학에서 만난 여자 친구 ‘샤론’을 통해 성에 눈을 뜨고 집착하게 되지만, 관계를 청산하고 대학을 그만두며 징집에 응해 월남전에 참전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러스의 아내 ‘매리언’은 과거 유부남 ‘브래들리’와의 관계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는다. 러스를 만나기 전 처녀 때 LA에서 있었던 이일을 남편에게는 숨긴다. 그녀는 페리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자신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부활절 (1972년 봄에 시작된다)

 

크로스로드 단원들이 애리조나의 나바호 인디언 구역으로 봉사여행을 떠나게 되고, 러스와 프랜시스도 동행한다. 봉사단의 방문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젊은 나바호 인디언과의 대립 후, 러스는 프랜시스와 잠자리를 갖게 된다. 막내아들 ‘저드슨’을 데리고 삼촌이 사는 LA를 찾은 매리언은 과거의 남자 브래들리를 찾아간다. 하지만 초라하게 늙은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잘못된 환상을 발견하고는 러스에게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애리조나에 함께 왔던 페리는 코케인 중독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누나가 준 돈을 약을 사는데 다 탕진하고, 형의 돈까지 몰래 빼내 다 써버 린다. 환각상태에서 화재를 일으켜 인디언의 창고와 그 안에 있던 농기구를 모두 불태워 큰 재산피해를 입힌다. 부모는 손해배상과 페리의 재활치료에 돈이 필요하게 되자, 베키가 대학 학비로 쓸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결국 베키는 그들에게 돈을 주고 만다.

 

그 해 여름, 테너와 유럽여행을 떠났던 베키는 임신을 하게 된다. 아기를 낳고 테너와 결혼한 그녀는 부모와는 소원해진다. 러스와 매리언은 화해를 해 다시 가까워지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페리에게 올인하며 지낸다.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를 시작하며 징병 대상에서 제외된 클렘은 페루에 가서 힘든 노동을 하며 지내다, 어머니와 베키의 편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위기와 갈등이 가득한 이야기다. 과거를 갖고 결혼했던 매리언은 중년에 이르러 결혼생활의 위기를 경험한다. 남편이 자기보다 젊은 여자에게 끌리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첫사랑에 대한 환상에 빠져든다. 

 

러스 부부는 이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베키만이 유산을 상속하게 되자, 다른 자녀들에게 그 돈을 나누어 주려고 딸에게 강권한다. 가끔은 주변에서 잘 사는 자녀에게 어려운 형제를 도와주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부모들을 보게 된다.

 

 사람은 각자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생활로부터의 일탈을 꿈꾼다. 러스는 프랜시스에게 공을 들여 그녀와 잠자리를 하게 되고, 매리언은 다이어트로 살을 빼고 첫사랑을 찾아간다. 책에서는  사람이 서로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다시 화해한다. 현실에서는 많은 부부가 한 번의 일탈로 파국을 맞는다.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오빠 클렘이 대학을 그만두고 방황을 시작하자 베키는 크게 실망한다. 자신은 배려하지 않고, 마약에 빠져 집안을 거덜 낸 아들의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는 부모에게 그녀는 배신감을 느낀다. 

 

나는 이 책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책은 현실을 반영하며 끝이 난다. 우리 인생에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으며 절대적인 불행도 없다.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놓여있을 뿐이다. 

 

길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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