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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니클의 소년들

by 동쪽구름 2021. 12. 14.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서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유해들이 발견되자,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된다. 뉴욕에 사는 ‘엘우드 커티스’는 이제 오래된 진실을 밝힐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엘우드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와 산다.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이 시작되던 무렵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마틴 루터 킹의 연설 음반을 들으며 할머니가 일하는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도 당당히 들어가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진학하게 될 대학이 보고 싶어 가던 길, 지나가던 차를 얻어 타며 그의 운명은 180도로 바뀐다. 흑인 운전자가 몰던 차는 도난차량으로 밝혀지고, 엘우드는 공범으로 체포되어 니클 감화원으로 보내진다. 결백을 주장하는 그의 호소도, 변호사의 도움도 그를 구하지 못한다.

 

감화원은 정부로부터 물품을 지원받지만, 소년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극히 일부. 감화원 운영자들은 식료품을 빼돌려 지역 식당과 상점에 팔아넘기고, 소년들에게 잡일을 시켜 수입까지 챙긴다. 감화원에서 조차 흑인은 차별대우를 받는다. 흑인 소년들은 백인 아이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60년대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전쟁고아, 버려진 아이들로 고아원들이 넘쳐 났다. 미국 정부와 구호단체 등에서 보내지는 식료품, 옷가지, 장난감 따위는 구호 물자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돌았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물건들이 부잣집 아이들 차지가 되곤 했었다.

 

미국인 직장동료 중에는 나보다 10-20살가량 나이가 많은 백인들이 있었다. 40-5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빵을 토스트 해서 곰팡이를 털어내고 먹고, 고기 대신 콩을 먹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른들은 정부에서 나누어 준 고기 등의 식료품은 시장에 내다 팔아 술이나 담배와 바꾸곤 했다는 것이다.

 

니클에서는 상습적인 폭행과 성적학대가 가해졌다. 말썽을 부리거나 반항하는 아이들에게는 심한 체벌이 행해졌으며, 죽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표시도 없이 땅에 묻혔으며, 당국이나 가족에게는 도망간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의 비행을 모두 노트에 기록하고 있던 엘우드는 주 정부 감사가 있던 날, 감사관에게 그 기록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다른 일을 하게 되어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이를 안 친구 ‘터너’가 대신 전해 주기로 한다.

 

기대했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엘우드는 처벌을 받는다. 감화원 관리인들이 끝내 그를 살해하려는 것을 알아낸 터너는 엘우드에게 함께 탈출하자고 한다. 탈출하던 두 사람은 뒤쫓아 온 관리인들의 추격을 받고, 그들이 쏜 총탄의 세례를 받는다. 결국 한 사람만 살아남게 된다.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는 플로리다주 마리아나의 ‘도지어’ 학교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말한다. 1900년에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상습적인 폭력과 성적 학대가 자행되었고, 다수의 학생들이 사망했으나 학교와 정부는 이를 은폐했다. 이런 사실은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 고고학과의 조사를 통해 수십 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전두환 시절의 삼청교육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감화 또는 교화라는 미명으로 자행되는 가혹행위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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