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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피프티 피플

by 동쪽구름 2022. 1. 11.

정세랑의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은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블로그에서 연재했던 작품들은 묶은 책이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가깝게 멀게 연결된 5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주게 하는 책이다.

 

50개의 장에는 병원 안팎의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과 갑작스러운 사고, 그들의 힘든 삶과 고민들이 들어 있다. 마치 신문 사회면의 하단 기사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영화에서 중간의 10-15분 분량만 잘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가 책상에 앉아 상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자료를 모으고 취재와 자문을 구해 상세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보안요원, 이송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공중보건의 등이 등장하고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이 나온다.

 

주인공들이 가진 고민은 한국사회의 현실과 멀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성소수자,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씽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은 작품들이 쓰이던 무렵의 한국 사회를 잘 그리고 있다. 6-7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글 쓰는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열심히 오래 쓰다 보니 내 글을 누군가와 공유해서 내 생각에 대한 그들의 동의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신문에 투고를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이런저런 소재를 글로 썼다. 때로는 남을 탓하기도 하고 욕하기도 했다.

 

한동안 꾸준히 독자란에 투고를 했더니, 고정칼럼의 필자가 되었다. LA 한인사회는 좁아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독자들도 생겨났다. 지금은 글 쓰는 일이 매우 조심스럽다. 혹시나 내 글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자에게 즐겁고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작가는 펜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오늘 내 글에 담긴 메시지가 알게 모르게 독자의 마음에 남아 언젠가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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