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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6

공터에서 작가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가장인 ‘마동수’ 그리고 그의 두 아들 ‘마장세’와 ‘마차세’까지 1920년대에서 1980년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를 떠돌았던 마동수의 파란만장한 삶, 해방 이후 혼란과 한국 전쟁, 군부 독재 시절과 월남전, 대통령의 죽음 등 그 시대의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작가 김훈의 아버지는 마동수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으며, 우리 아버지도 같은 세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만주를 떠 돌다 일본군대에 들어가 남방의 어느 섬에서 해방을 맞았으며, 국군 장교로 북진해 고향 땅을 밟았다가 중공군에 밀려 부모 형제를 버려둔 채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마동수와 그의 아내 '이도순'처럼 요양원에서 쓸쓸히 홀로.. 2023. 8. 15.
저만치 혼자서 김훈의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명태와 고래 – 어부 ‘이춘개’는 배를 타고 고기떼를 따라가다 조류에 밀려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북한군에 잡힌다. 조사를 받고 몇 달 후 풀려나 남한으로 돌아 오지만 송환된 지 6년 후에 간첩죄로 체포되어 14년 형을 받고 교도소로 보내진다. 출감 후, 가족이 모두 떠난 향일포에 돌아온 그는 두 달 뒤에 물에 빠져 죽는다. 작가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을 거치며 자행되었던 이념과 공포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보내지고 죽음을 당했던가. 부끄러운 흑역사다. 손 – 주인공인 나에게는 특수강간범으로 기소된 아들이 있다. 나는 경찰의 면담요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그곳에서 내 아들에.. 2023. 6. 25.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은 작가 김훈이 풍륜(風輪)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를 타고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을 누비며 보고 느낀 것을 쓴 에세이 집이다. 내가 산 책은 2004년에 나온 개정판인데, 이 책은 그 후에도 여러 가지 다른 표지로 출판이 되었다. 책에는 함께 여행했던 프리랜서 사진가 ‘이강빈’의 사진들도 들어 있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책에 실린 글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산불이 난 강원도 고성을 보고는 타버린 숲은 자연복원력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의 생각이 아니라 대학교수의 말이다. 나는 이 글에 매우 공감한다. 여름내 비가 오지 않는 남가주에는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다발적으로 산불이 난다. 산불이 나서 까맣게 타버린 숲도 다음 해에 가보면 풀이 .. 2023. 3. 3.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世說’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그가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칼럼과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20년이나 된 책이다. 30년 기자생활을 한 베테랑답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빠졌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밥벌이의 지겨움) 윗사람에게 잘 보여 남들보다 빨리 위로 올라가려고 애쓰던 30여 년 직장생활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2023.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