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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 주었으면 좋겠다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기리는 사순시기를 맞아 고해성사를 보았다. 지은 죄를 고백하고 나오는데, 문득 지난 성탄절에도 같은 죄를 고백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고해성사 때마다 늘 반복되는 죄들이 있다. 다른 이들 쪽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고 비난한 죄가 그러하며, 좀 더 너그러이 사랑하지 못한 죄가 그러하다. 형사법에서는 같은 죄를 반복하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고,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삼 진법'이라는 것이 있어, 3번 이상 형사법을 어기게 되면 엄한 벌을 받는다.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반복해서 같은 죄를 짓는 내게 가중처벌 대신 용서의 자비를 베풀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일상에서 남의 물건을 함부로 훔치거나 다른 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죄를 짓는 .. 2020. 6. 25.
보고 싶다 친구야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진작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친구로 기억하지만, 그는 나를 이미 잊었는지도 모른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귀하던 시절, 더운 여름날이면 외가의 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내가 친구라고 기억하는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외가는 관훈동에 있었는데, 바로 옆동네인 인사동에는 요정이 많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그런 요정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오후가 되면 짙은 화장을 하고 출근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공통점은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난 아예 걷지를 못했지만, 그 아이는 목발을 짚고 다녔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말을 건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친구가 되었고, 엄마가 일나 간 오후가 되면.. 2020. 6. 24.
존 그리샴의 새 책 '카미노의 바람' 존 그리샴의 새 책 ‘카미노의 바람’(Camino Winds)은 ‘카미노 섬’의 후속작이다.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연결고리가 길지 않아 전편을 읽지 않고 보아도 된다. 카미노 섬에 허리케인 ‘리오’가 상륙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 와중에 변호사 출신 추리 소설가 ‘넬슨 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카미노 섬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작가들의 대모 역할을 하는 주인공 ‘브루스 케이블’이 친구들과 그의 의문사를 파헤쳐 간다. 무능한 지역경찰이 그의 의문사를 사고사로 몰아가려고 하자, 브루스는 과거 고서적 도난 사건과 연류하여 이용한 적이 있는 보안회사를 고용하여 그의 죽음이 마지막으로 쓰고 있던 소설 때문인 것을 알아낸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국민건강보험인 ‘메디케어’(Medi-.. 2020. 6. 24.
어머니의 앨범 동생이 어머니 짐을 정리해서 앨범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군인이었기 때문에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고, 전역 후에는 집을 수리해서 파는 집장사를 하느라고 이사를 다녔고, 벽제에서는 안채를 영업장소로 내놓고 뒷채로 이사를 했고, 미국에 이민 와서도 LA에서 밸리로 밸리에서 벤추라로, 그리고 다시 밸리로… 참 많이도 이사를 다녔던 앨범이 마침내 우리 집에 왔다. 달랑 원베드룸 노인 아파트에 새로 가구를 들여놓느라고 짐을 추리다 보니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 부모님 살아생전에 정리를 하자고 동생이 들고 온 것이다. 60년도 넘은 사진들이 나온다.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 군 시절의 사진들… 미군 고문관을 초대해 호랑이 족자를 선물로 주는 사진, 아버지가 미국 출장 와서 미군들과 찍었던 사.. 2020.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