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의 2연패로 끝이 났다. 다저스는 어제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인 LA 다운타운에서 덮개 없는 버스를 타고 카 퍼레이드를 펼쳤고, 다저스구장에서 축하파티를 벌렸다.
야구팬들은 이번 월드시리즈가 근래 가장 재미있는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도 같다. 특히 18회까지 갔던 3차전과, 6,7차전은 월드시리즈 하이라이트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들이었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 이번 시리즈의 승자는 다저스였지만 토론토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일 것이다. 7차전까지의 게임 내용이나 통계를 보아도 토론토가 앞섰다. 하지만 승부는 전력이나 통계로 결정되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토론토는 한치가 모자랐고, 다저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투혼을 보여 주었다.
승패를 가른 다음과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다저스가 3대 1로 앞서있던 6차전, 무사 1루 상황에서 애디슨 버저가 친 공이 센터필드 담장 패딩 밑에 꽂히며 인정 2루타(ground rule double)가 되며 홈까지 들어왔던 주자는 3루로 돌아갔다. 다음 타자가 1루수 플라이로 아웃되고, 계속되는 1자 2,3루 찬스. 다음 타자가 친 안타성 타구를 키케가 잡아 2루에 송구하고, 너무 나가 있던 2루 주자 버저가 더블 아웃되며 게임 오버. 2루 주자는 얕은 외야 안타 때 홈에 들어오기 위해 나가 있었겠지만 토로토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다음날, 승자가 다 가져가는 (the winner takes it all) 7차전. 다저스가 3대 4로 뒤진 상황,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로하스가 홈런을 날려 4대 4 동점을 만든다. 로하스는 전날 2루에서 키케의 송구를 받아 더블플레이로 게임을 끝낸 후 무키와 몸을 부딪치며 승리를 축하하다 갈비뼈에 부상을 입어 진통제 주사를 맞고 7차전에 출전했었다고 한다.
9회 말 토론토의 공격. 1사 만루 상황에서 다저스는 3루 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해 내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했고, 돌튼 바쇼가 친 공을 2루수 로하스가 잡아 홈에 송구, 간발의 차로 아웃이 선언된다. 3루 주자가 한 발만 홈 쪽으로 나와 있었더라면 홈에서 세이프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루상의 주자들은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순간 세컨더리 리드라고 해서 다음 베이스를 향해 1-2 걸음 더 나간다. 하지만 이날 3루 주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세컨더리 리드를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라인드라이브가 내야수에게 잡혀 루상의 주자가 더블플레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계속된 2사 만루 상황. 다음 타자가 친 안타성 타구를 교체되어 들어간 중견수 파헤스가 전력질주 따라가 키케와 충돌하며 잡아내며 게임은 연장에 돌입하고, 결국 11회 초 스미스의 홈런으로 다저스가 우승한다.
경험 많은 다저스 노장들의 투혼이 빛난 시리즈이며, 경험이 적은 토론토 젊은 선수들의 작은 실수가 승패를 가른 시리즈이기도 하다.
다저스 선수들은 이런저런 행사와 축하 파티로 한동안 바쁠 것이며, 수뇌부는 팀을 재정비하는 일로 바쁠 것이다. 지난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던 다저스는 중반을 넘어서며 타선과 불펜의 부진으로 비록 디비전 우승은 이루었지만 리그 시드 3번에 머물러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나가야 했다.
중심타선 베츠, 프리먼,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먼시 등이 예전 같지 않고, 위기 상황에 믿고 맡길 구원투수가 없다. 모두들 ‘왕조’를 말하고 3년패를 이야기하지만, 불펜의 보강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팬들은 냉정하다. 지금은 LA가 모두 파란색인 것 같지만 2026년 시즌이 시작되고 다저스가 성적을 내지 못하면 팬들은 금방 돌아선다.
팀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노장들이 다저스맨으로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좋은 예가 커쇼다. 기량만 놓고 보면 커쇼는 이번 월드시리즈 명단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함께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량이 전과 같지 않음에도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팀은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마이너 리그에서 올라오는 유망주건 FA시장에 나온 선수건 팀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선수들을 데려와야 한다.
이제 선수들은 휴식에 들어가고,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시즌은 시작이다.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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