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동물도, 식물도,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에는 모두 사라진다. 문명도 국가도 같은 운명이다. 그리스도, 로마도, 그렇게 사라졌다. 작금에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ICE의 이민단속과 이를 반대하는 시위, 연일 상호 비방을 하고 있는 트럼프, 배스 LA 시장,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짓거리를 보며 이제 미국도, 민주주의도,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 땅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들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맞다. 불법 이민자가 이렇게 늘어난 배경을 생각해 보자. 값싼 물건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다. 저임금, 비인기 업종에 종사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중국이 미국에 무역적자를 가져왔다고? 어불성설이다. 눈앞의 이윤에 눈이 멀어 싼 값에 중국에서 물건을 사들이고, 공장을 옮겨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 것은 미국 기업들이다. 미국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배워 차츰 따라잡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 구로공단에서 일본 제품을 조립/생산하며 기술을 습득해 산업화를 이룬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를 빼앗았다고? 웃기지 마라. 저희들이 하기 싫은 일을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주며 시킨 것이 미국이다.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 있는 이민자에게는 적정임금과 베니핏을 제공해야 하니, 싼 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불체자들에게 뒷문을 열어 주지 않았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민자를 탓하고,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불체자 문제를 거론하며 민심을 선동한다. 지금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트럼프와 뉴섬의 정치 놀음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에게 식당에 가서 접시를 닦고, 화장실을 청소하며, 밭에 나가 딸기를 따라고 해 보라. 과연 그런 일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트럼프는 불체자들이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불체자 중에는 범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범죄자들이 식당이나 봉제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겠는가. 범죄자들은 체류 신분과 상관없이 숨어 지낸다. 범죄자를 체류신분으로 구분할 필요도 없다. 체류 신분과 상관없이 범죄자는 색출해서 처벌하면 된다.
불체자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며 상하원/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정치인들과 이런 무능한 정치인들을 뽑아 준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식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은 망가진 브레이크를 달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이대로 가면 곧 내리막 길에 들어설 것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차는 탈선하게 되고, 미국은 갈라질 것이다. 그리스도 로마도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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