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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아메리칸 마작 (I)

by 동쪽구름 2025. 7. 9.

내 기억 속 마작은 즐거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마작을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놀던 마작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다소 큰돈이 오가는 도박이었다. 아버지가 돈을 딴 다음날 우리 형제들은 모두 용돈을 받았다. 하지만 돈을 잃은 다음날은 안방에서 고성이 오가고 급기야는 마작패가 아궁이로 향했다. 아버지는 다시는 마작을 하지 않겠다고 마작패를 아궁이에 던져 넣기는 하면서도 막상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자리를 뜨면 어머니는 냉큼 아궁이에 가서 마작패를 챙겨 왔다. 
 
얼마 후 마작 친구들이 찾아오면 아버지는 넌지시 어머니에게 혹시 마작패를 챙겨 놓았는가 물었고, 우리들의 즐거움과 두려움은 다시 반복되었다. 아버지가 미국에 와서도 마작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저런 이유 때문에 나는 마작은 화투보다는 복잡하지만 무척 재미있는 놀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되었고 기회가 되면 마작을 배워보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시니어가 되고 은퇴를 한 후, 주변의 시니어센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중 한 곳에 등록을 해 매달 뉴스레터를 받아 보게 되었다. 미국 시니어 센터에서는 노인들의 여가에 도움이 되는 각종 프로그램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그리고 저렴한 (또는 무료) 점심식사 등을 제공한다. 
 
제공하는 프로그램에는 요가나 라인댄스 같은 운동을 비롯 탁구, 당구, 그림과 뜨개질 등이 있다. 몇 달 전 받아 본 뉴스레터에는 마작이 있었다. 6월 중순 학교가 방학을 하며 바야흐로 마작을 배워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6월 중순 노스릿지에 있는 윌킨슨 다목적 시니어 센터를 찾아갔다. 1년 회비 $15을 내고 등록을 한 후, 무료 (또는 $3 도네이션) 점심을 먹고 12시에 마작 교실에 갔다. ‘메리’라는 이름의 백인 여성이 마작 그룹의 리더다. 그녀에게서 기본적인 마작 룰을 배운 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마작을 했다. 게임이 시작되는 1시가 되니 우르르 마작꾼들이 몰려왔다. 모두 여자들이다. 
 
‘초보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고 해야 하나, 첫날부터 ‘마장’을 불러 한판을 이기며 메리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다음 주, 다들 끼리끼리 패를 이루어 마작을 시작하니 나는 아무 판에게 끼지 못했다. 한 사람이 모자라는 테이블에 메리가 나를 끼워 넣으려 하니, ‘에이드리언’이라는 나이 든 할머니가 자기는 40년 경력 어쩌고 하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아, 미국의 마작판에도 텃세는 있구나. 메리가 우겨 그 판에 끼어들었다. 역시나 초보자의 행운이 따라 그날도 ‘마장’을 불렀다. 
 
셋째 주, 이날은 에이드리언이 당연한 듯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와서 마작판을 편다. 이날도 ‘마장’을 불렀다. 3주 연속 1승씩 한 것이다. 끝나고 집에 오려는데 메리가 셔먼옥스에도 월요일에 마작 모임이 있는데 곧 토너먼트가 있을 거라며 나 보고도 가 보라고 한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셔먼옥스에도 LA시 공원국이 운영하는 시니어센터가 있으며, 마작 모임이 있다. 아침 10-3시까지 제법 긴 시간이다. 노스릿지에서는 장소가 협소해 노인들의 점심식사가 끝난 후 마작판을 벌려야 하기 때문에 2시간 밖에 안된다. 우리가 한쪽에서 마작을 노는 동안 홀에서는 에어로빅 클래스가 진행된다. 
 
다음 주 월요일, 셔먼옥스 센터에 갔다. ‘빌’과 ‘쥬디,’ 유대인 부부가 이끄는 모임이다. 먼저 사무실에 가서 회비를 내고 오라고 한다. 회비는 하루 $2, 한 달 $5다. 한 달 치 $5를 내고 오니, 칠판에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 곧 내 이름을 부르는 테이블에 가서 마작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돈을 걸고 마작을 한다. 그래봐야 점당 $0.01, 하루 판돈은 $5이다. $5를 다 잃고 나면 남은 시간은 공짜다. 한판에 잃을 수 있는 점수는 25-30점. 운이 나쁘면 그 점수의 두 배, 50-60점이다. 
 
확실히 꾼들은 다르다. 노스릿지와는 다른 분위기다. 일단 패를 짜고 도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다들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무작정 시간을 끌 수도 없고. 처음 테이블에서는 정신없이 세 판을 지고 나왔다. 이곳에서는 매판마다 한 사람씩 멤버가 바뀐다. 즉, 같은 테이블에서 4판을 하고 나면 테이블을 옮겨야 한다. 텃세가 있을 수 없다. 
 
초보자의 행운은 여기까지 나를 따라왔다. 다 끝나고 계산해 보니 이날 $0.15을 땄다. 다음 주 벌어진다는 토너먼트에는 등록하지 않았다. 좀 더 배우고 익힌 후에 내년쯤에나 참가할 생각이다. 
 
아메리칸 마작은 중국 마작의 변형이다. 중국, 일본, 홍콩, 나라와 지방에 따라 룰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아메리칸 마작에는 ‘조커’가 있으며, 전미 마작 연맹(NMJL)과 미국 마작 협회(AMJA)에서 매년 배포하는 점수표의 특정 패에 자신의 패를 맞추면 마장을 부를 수 있다. 내가 만나본 미국 마작꾼들은 모두 아메리칸 마작이 중국 마작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1923년, 상하이 스탠더드 오일 회사(Standard Oil Company)의 대표였던 ‘조셉 파크 배브콕’(Joseph Park Babcock)이 마작 세트를 대량 수입했다. 그는 마작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작성하고 출판했는데, 이것이 미국 표준 규칙이 되었다. 
 
미국에서 마작은 부녀자들 사이에, 특히 유대인 여성들에게 크게 인기를 얻었다. 내가 가본 마작판에는 남자가 극히 드물다. 마작 배우며 외국여자 친구들만 많이 만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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