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도서관에 다녀왔다. 그동안에는 e-북을 킨들에 다운로드해서 대여했는데, 한국책은 e-북이 거의 없다. 자주 도서관에 가는 친구가 최근에 한국소설들이 새로 많이 들어왔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가보았다.
도서관 입구 좌측에는 헌 책을 파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기증한 책을 정리해서 판다.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며, 봉사 시간이 필요한 학생이나 경범죄 또는 교통 티켓을 받아 벌금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책가게에 먼저 들어갔다.
가게 안에 있던 백인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반긴다. 한참만에 이창래의 소설 ‘가족’(Aloft)를 집어 들었다. 1달러다. 잔돈이 없어 20불짜리 지폐를 내니 가게에도 잔돈이 없다며 그냥 가지고 가고 책값은 다음에 올 때 달라고 한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다고 하니, 웃으면서 안 주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책을 사들고 나와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 책들은 여전히 예전 그 자리에 있다. 친구의 말처럼 한편에 신간 소설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한데 모두 내가 잘 모르는 젊은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다. 책도 다분히 작가의 연령에 따라 내용이나 문체가 다르다. 나이가 드니 역시 나이 든 작가의 책이 좋다. 결국 신간은 고르지 못하고, 좀 오래된 책들 중에서 3권을 빌려 가지고 나왔다. 그중 한 권이 기욤 뮈소의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이다.
‘에단’은 성공을 이루기 위해 한마디 말도 없이 절친과 결혼을 앞둔 여인을 버려두고 보스턴을 떠나온다. 시애틀에서 공부를 마치고 정신과 의사가 된 그는 뉴욕에 진료실을 열고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어느 날, 호화요트에서 잠을 깬 에단은 곁에 낯 모르는 여인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아침에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그는 여인을 깨우지 않은 채, 요트를 빠져나온다. 방송을 마치고 사무실에 가니 대기실에는 한 소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고, 책상 위에는 헤어진 연인 ‘셀린’의 청첩장이 놓여 있다.
대기실에 있던 소녀 ‘제시’는 가지고 있던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고, 셀린은 예정대로 결혼을 하며, 그날밤 에단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는다. 1부의 끝이다.
다음날,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에단은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계를 보니 날짜는 어제와 같고, 침대에는 같은 여자가 잠들어 있다. 에단은 어제 죽었던 제시를 살리기 위해 방송을 취소하고 아이를 찾아 나선다. 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아이를 찾아내지만, 이번에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날밤, 에단은 또다시 총에 맞는다. 2부의 끝이다.
2부에서 우리는 제시가 에단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리사’는 그가 말없이 떠나 왔을 때 임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절친 ‘지미’가 그녀와 결혼을 하고 에단의 아이를 키운 것이다. 에단이 어떻게 셀린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밝혀진다.
그리고 시작되는 3부. 눈을 뜬 에단은 또다시 어제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곁에는 같은 미녀가 잠들어 있다. 과연 그는 제시를 구할 수 있을지, 셀린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을 피할 수 있을는지, 독자들은 3부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
이 책은 뮈소의 소설답게 미스터리 하지만 결국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다. 깨어보니 어제에 다시 와 있다는 설정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과연 우리는 예정된 운명을 사는 것일까. 이미 정해진 길이지만 우리는 그 결과를 모르니 내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착각할 뿐이다. 과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책은 베스트셀러 장르 소설답게 매우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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