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훨롱’은 아일랜드의 ‘뉴 로스’라는 마을에서 석탄과 장작을 파는 장사를 하고 있다. 그에게는 아내 ‘아일린’과 5명의 딸이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고살만하다. 그는 이웃의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을 사업체의 직원으로 고용해서 쓴다.
그의 어머니는 부유하고 보수적인 마을의 부농인 ‘윌슨’ 부인의 대저택에서 하녀로 일하던 중 미혼모로 그를 낳다.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결코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저택에서 어머니와 또 다른 일꾼 ‘네드’와 함께 살았으며, 윌슨부인 덕에 직업학교를 마치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이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985년 겨울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훨롱은 수녀원에 석탄과 장작을 배달하러 간다. 이 수녀원에서는 집 없는 소녀들을 위한 직업학교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근처의 식당과 호텔은 물론 주민들까지 모두 이 세탁소를 이용한다. 그날 배달을 가서 그가 본 소녀들은 헐벗고 누추하며 마치 벌을 받는 상태에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하자, 아일린은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니라며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두 번째로 수녀원에 간 날, 그는 헛간에 갇혀있는 소녀 ‘사라’를 발견한다. 사라는 수녀들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데리고 갔다고, 그래서 지금 젖이 불어있다고 말한다. 그가 그녀를 데리고 수녀원으로 가자, 원장 수녀는 사라가 정신 이상이 있다며 그녀를 찾고 있었다고 둘러 댄다. 그리고 그에게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주어 보낸다.
그가 수녀원에서 원장수녀를 만났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마을에 퍼지고, 식당 여주인 ‘케호우’는 그에게 수녀원 일을 캐내려 하면 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충고를 한다. 하지만 훨롱은 자신을 낳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딸 또래인 그 소녀를 잊지 못하고 계속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이브, 그는 수녀원을 찾아 헛간에 있는 사라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향한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토록 작은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은 ‘막달레나 세탁소’를 소재로 하고 있다. 70페이지로 짧은 중편소설이며, 2022년 ‘부커상’의 최종 후보작 6편에 들었던 작품이다.
1824년 성막달레나여성협회가 설립해 수녀회가 운영하던 이 세탁소는 매춘여성과 미혼모, 불륜 등 당시 성윤리에 어긋난 일을 저지른 여성들을 강제로 수용해 세탁 등의 노동으로 육신의 죄를 씻고 기도로 마음을 정화한다는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입소한 나이 어린 소녀와 여성들은 수녀회가 부여한 새 이름과 식별 번호로 불리며 폐쇄된 공간에서 머리를 깎고 수용복을 입고 침묵의 계율을 지키며 살아야 했다. 가족 방문도 수녀 입회하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됐고, 편지도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미사와 식사를 마친 뒤, 주 6일 하루 10~12시간씩 세탁과 다림질, 세탁물 포장, 바느질, 자수 등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으며 임금은 없었다. 기업체와 종교시설, 정부부처와 군대, 병원, 학교, 교도소, 의회 등이 고객이었다. 통제에 저항하거나 규율을 어기면 굶거나 독방에 감금당했고, 언어폭력과 구타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을 때까지, 1-3만 명의 소녀와 여성들이 이곳에서 학대를 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이 낳은 수천 명의 아이들이 입양되거나 수녀원에서 사망했다.
같은 영어권이라도 영국이나 아일랜드 작가가 쓴 책에는 영국식 표현과 낯선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킨들이 좋은 점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별도로 사전을 찾을 필요 없이 화면 속 단어를 누르면 사전의 내용이 바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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