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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인생

by 동쪽구름 2023. 2. 6.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내’가 ‘푸구이’라는 늙은 농부를 만나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던 푸구이는 전문 도박꾼 ‘룽얼’의 속임수에 집과 땅을 모두 잃고 농사꾼 신세가 된다. 그 후 푸구이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 어머니가 아파 성안으로 의원을 부르러 갔다가 국민당군에 끌려가 2년 동안이나 전쟁터를 전전하다 해방이 되어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딸 ‘펑샤’는 벙어리에 귀머거리가 되어 있다. 

 

토지 개혁이 시작되며 자신에게 땅을 빼앗았던 룽얼이 악덕지주로 공개 처형되는 것을 보며, 푸구이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1958년 인민공사가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은 집 안의 솥까지 모든 쇠붙이는 빼앗기고 공동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지만, 얼마 후 식량은 바닥이 나고 홍수 탓에 기근이 찾아든다. 그의 아내 ‘자전’은 불치병에 걸리고, 아들 ‘유칭’은 출산하며 피을 많이 흘린 현장 부인에게 수혈을 해주다 죽는다. 아들을 죽게 한 현장은 그의 옛 전우 ‘춘성’이었다.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고, 펑샤는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장애인 ‘얼시’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행복도 잠깐, 펑샤는 아이를 낳다가 유칭이 죽은 바로 그 병실에서 죽음을 맞는다. 아내와 아들 중 누구를 살리랴는 의사의 말에 얼시는 펑샤를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결국 죽고 만다. 얼마 후, 자전도 눈을 감는다. 

 

푸구이는 다시 사위 얼시, 손자 ‘쿠건’과 오순도순 일상을 꾸려가는데, 이번에는 얼시가 일을 하다가 시멘트 판에 끼어 죽고, 쿠건마저도 그가 삶아 준 콩을 너무 많이 먹고 죽는다. 

 

푸구이의 삶은 ‘새옹지마’의 연속이다. 노름으로 집과 땅을 잃지만, 그 덕에 토지 개혁 때 목숨을 부지한다. 벙어리며 귀머거리가 된 딸 펑샤가 시집을 못 가 안타까워하다가 장애인 얼시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결국 얼시의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작가는 한 노인의 일생을 통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이지만 그래도 참고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위화의 책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는 비참한 상황도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가고, 변화무쌍했던 중국의 근대사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 등도 잘 묘사하고 있다. 슬프지만 크게 슬프지 않고, 무상하지만 길게 여운이 남는 책이다. 

 

원래 1993년 발표할 때의 제목은 ‘살아간다는 것’이었는데, 후에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영화로 만들어, 그해 열린 제4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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