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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아이들의 돈 관리

by 동쪽구름 2022. 4. 17.

8년 전 갑자기 아빠를 잃은 8, 10살 된 처조카 남매를 데려다가 입양해서 8년째 함께 살고 있다. 4년 전, 아이들이 시민권을 받아 여름방학에 한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본 친척들이 준 용돈이 각자 $1,700 이 넘었다. 용돈으로 조금 떼어 주고, 남은 돈은 은행에 넣어 두었다.

 

조카딸 아이가 18세가 되던 작년 여름, 은행에 있는 돈을 꺼내어 체킹 어카운트를 만들어 주며 잘 관리해서 쓰라고 했다. 명절에 받은 용돈을 더해 잔고가 $1,900이나 되었다. 2-3달 후, 은행에서 $600 정도 돈이 왔다. 어찌 된 영문인가 물어보니 그동안 돈을 많이 써 다 없어지기 전에 계좌를 닫아 버렸다고 한다. 그 사이에 $1,300 가량의 돈을 쓴 것이다. 남자 친구가 생겨 외출이 잦더니,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비싼 밥도 사 먹었던 모양이다.

 

이미 아이들을 키우며 경험했던 일이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돈은 많이 벌기보다는 알뜰히 쓰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은 마음대로   없지만, 어떻게  것인가는 내가 결정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 와서 신용 카드로 빚을 만들어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돈이 없어도 플라스틱 카드를 내밀면 물건을 살 수 있고, 그것도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할부로 몇 달, 몇 년에 걸쳐 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데빗 카드를 쓰면 은행에 돈이 없어도 일정액까지는 결재가 가능하다. 아이들이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나 스낵을 사며 잔고 없이 돈을 써도 은행은 일단 결재를 해주고 $25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2-3 돈을 쓴 후, 10배나 되는 벌금을 무는 셈이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아이가 처음 은행 계좌를 가졌을 때 경험했던 일이다. 은행계좌에 $25 수수료가 4개나 붙었다. 모두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며 편의점에서 $2-3 짜리 스낵을 사 먹으며 생긴 일이다. 잔고가 없으면 지불을 하지 말아야지 수수료 수입을 위해 작은 돈은 그냥 결재를 해 준 것이다. 은행에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고 수수료를 일부 면제받았다. 딸아이는 그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번 돈으로 해결했다.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좋은 공부를 한 셈이다.

 

은행에 계좌가 있으면,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며 늘 잔고를 확인하는 버릇을 키워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 폰에 앱을 깔아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을이면 작은놈이 12학년이 된다. 여름 방학에 은행에 있는 돈을 꺼내 체킹 계좌를 만들어 줄 작정이다. 아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디 돈 문제만 그런가. 인생사 모든 일이 곁에서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결국에는 스스로 경험해 보아야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뻔히 결과가 보이는데 이를 지켜보는 심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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