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A (코다)

십 대 소녀 ‘루비 로시’는 어촌 마을 ‘글루체스터’에서 부모, 오빠와 산다. 가족은 모두가 청각장애인이며, 그녀만 듣고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식구들의 통역을 해왔고, 아버지와 오빠를 도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다.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초등학교 시절 학우들의 놀림을 받았던 그녀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외톨이다.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던 루비는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따라 덜컥 합창반에 가입한다.

 

그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를 들은 합창 선생 미스터 ‘비’는 그녀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겠다고 자청한다. 미스터 비는 루비와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던 남학생 ‘마일스’에게 가을 콘서트에서 듀엣을 하라고 지명한다.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도 지역 어업 이사회의 폭리와 규제에 어려움에 처한 로시의 아버지는 마침내 이사회를 탈퇴하고 생선을 직접 판매하는 조합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상황을 루비가 통역한다. 

 

루비의 재능을 본 미스터 비는 그녀에게 버클리 음대에 지원할 것을 권하고 방과 후 개인 교습을 자처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가족은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족의 사활이 걸린 사업 때문에 그녀는 음대 진학을 포기하려고 한다.

 

가을 콘서트 날, 가족들은 비록 루비의 노래를 듣지는 못하지만 관객들의 감동하는 표정을 보며 그녀의 재능을 깨닫게 된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마당에서 별을 보며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다. 소리 높여 노래하는 그녀의 목에 손을 대고 손과 영혼으로 딸의 노래를 듣는다.

 

다음날, 진학을 포기하려는 루비를 데리고 온 가족이 버클리 음대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오디션장 이층으로 몰래 숨어든 가족을 발견한 그녀는 가족들을 위해 수화로 노래를 부른다.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에 출연했던 청각장애인 배우 ‘말리 매틀린’이 엄마로 나와 열연한다.

 

장애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안타깝고 슬프게 흐르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장애인 가족의 끈끈한 사랑, 포기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열정,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영화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자칫 놓칠 수도 있지만, 중간중간 의미 있는 대사와 장면들이 나온다.

 

루비의 오빠는 그녀가 태어나기 전까지 세 사람은 잘 지냈는데, 그녀가 태어나고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부모님은 그녀 때문에 말 못 하는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한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루비의 엄마는 그녀가 태어난 직후 청력검사를 할 때, 그녀가 장애인이기를 바랐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노라고. 그녀가 그들을 떠나 정상인 무리에 속하게 될 것을 두려워했노라고. 

 

루비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소리를 완전히 꺼버린다. 잠깐 동안이지만 관객들은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단절의 세계. 이 장면에서 나는 왜 그녀의 엄마에게 딸이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는 장애인 영화를 보고 크게 감동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눈시울이 젖어옴을 피할 수 없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첫 아이 세일이는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내 휠체어를 밀어주곤 했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의 고르지 않은 운동장을 무거운 휠체어를 밀며 건너곤 했었다. 장애인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장애인의 배우자 또는 장애인 자신의 삶과는 다른 어려움이다. 

 

CODA는 청각장애인의 아이(Child of Deaf Adults)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