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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핀치 (Finch)

by 동쪽구름 2021. 11. 14.

오존층이 파괴된 지구. 엄청난 고온과 자외선으로 인해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져 버렸다. 우주복 없이는 밖에 나갈 수도 없다. 로봇 공학 엔지니어 ‘핀치’(톰 행크스)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황폐화된 도시의 지하벙커에서 강아지 ‘굿이어’와 함께 산다. 낮이면 우주복으로 무장을 하고 식량을 찾아 나선다. 수년 동안 근처 가게를 돌며 통조림 따위를 찾아 연명해 오고 있다.

 

자신이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핀치는 홀로 남게 될 굿이어를 위해 학습 능력을 갖춘 말하는 로봇 ‘제프’를 만든다. 로봇을 만들어 필요한 자료를 모두 입력하기도 전에 치명적인 태양 폭풍이 다가오자 핀치는 제프와 굿이어를 데리고 도시를 탈출한다.

 

무자비한 더위, 치명적인 자외선 등 극한의 기상 속에서 새로운 피난처를 찾아 RV를 타고 샌프란시코로 향한다. 여행을 하며 핀치는 제프에게 삶, 사랑, 우정,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가르친다.

 

우리는 그들이 나누는 대사를 통해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지만, 부족한 자원과 식량을 두고 경쟁하며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는 위험한 세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프는 핀치에게 태양이 없는 밤에 가면 좋을 텐데 왜 낮에만 여행을 하느냐고 묻는다. 핀치의 대사가 매우 철학적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온과 자외선, 열기가 일으키는 폭풍 등은 견딜 수 있다. 그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호기심 많은 제프는 핀치가 잠든 사이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가 정체불명의 무리의 추격을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그들을 따돌리고 서부로 향하던 핀치 일행은 아직 오존층이 남아있는 지역에 들어서 들꽃과 나비를 보게 된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태양 아래서 피크닉을 하던 날, 핀치는 숨을 거두고 만다.

 

핀치가 샌프란시스코로 가려고 한 것은 금문교를 보기 위함이었다. 임신한 어머니를 두고 떠났던 핀치의 아버지는 그가 15살 때 금문교 사진의 그림엽서를 보내온다. 다리를 짓는 엔지니어였던 그의 아버지는 엽서에 언젠가 만나고 싶다는 글을 적어 놓았다.

 

핀치를 대신해 굿이어와 함께 금문교를 찾은 제프는 그곳에서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 꽃과 나비를 본다. 다리에는 사람들이 남겨 놓은 수많은 메시지들이 있다. 어쩌면 아직도 사람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톰 행크스의 영화는 늘 인간으로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영화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핀치가 만든 로봇 제프는 인간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 남게 된 제프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 후의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 보았다. 

 

인간의 감성을 지닌 탓에 강아지 굿이어가 죽고 난 후, 그는 심한 상실감을 경험할 것이다. 외로움을 느낀 그는 동반자를 만들 것이다. 아마도 그는 여성의 감성을 지닌 로봇을 만들지 않을까. 반려자가 생긴 제프는 아이도 갖고 싶겠지. 왜? 인간의 감성을 지녔으니까. 아마도 아이 로봇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로봇은 자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라서 어른이 되는 인간을 만들 것이다.

 

학습이 가능하고 수리와 관리만 받으면 무한히 살 수 있는 로봇이니 만큼 세월이 흘러 지식이 쌓이면, 제프는 DNA를 가진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구가 자생력으로 회복한다면 제프가 만든 인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 지구에는 다시금 인간이 살게 되겠지. 만약 아니라면 제프는 인간이 살 수 있는 별을 찾고, 우주선을 만들어 자신이 만든 인간 자손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 떠날 것이다. 

 

어때요? 그럴듯한 속편이 되지 않을까요? 

 

이 영화는 지금 애플 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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