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꾸어 놓을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던 무렵 태어난 손녀 ‘하린’이가 벌써 돌이 되었다. 그때는 아직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았던 때라 우린 마스크도 없이 병원에 가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코로나 사태. 딸이 낳은 아이라 더욱 정이 가는 손녀지만 이제껏 안아 본 것은 손가락으로 꼽아 볼 정도다.
사진과 비디오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화상 통화지만 그나마 자주 본다고 요즘은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곁에서 엄마가 시키면 인사도 하고 전화기에 뽀뽀도 한다.
남들이 보면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동안 보건당국과 정부의 지침을 잘 준수해 왔다. 지난 3월 이후, 가족 모임도 하지 않았고, 식당에 가서 외식을 한 적도 없다. 그 덕인지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 지내왔다.
아침에 전화기를 여니 딸아이가 보내온 사진이 하나 가득이다. 요즘은 아기가 돌을 맞으면 마치 웨딩 사진 찍듯이 가족이 사진을 찍는 모양이다. 디지털카메라 시대라 필름 걱정 없으니 마구 찍어댄다. 아이를 앉혀서 찍고, 세워서 찍고, 안고 찍고, 손 잡고 찍고, 뽀뽀하며 찍고, 찍고, 또 찍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한다지 않았나. 보내온 사진은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문득 이 아이가 얼마나 크는 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가려면 5년, 중학교는 10년, 고등학교까지 13년, 대학 가려면 16년, 20년 후에 대학 졸업이다. 잘하면 거기까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다들 결혼을 늦게 하니 시집가는 것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은 시키는 대로 온갖 재롱을 부리지만 이제 곧 고집을 부리는 시기가 올 것이며, 사춘기, 남자 친구, 대학 입학 등, 지금은 팽팽한 딸과 사위의 얼굴에 잔주름 늘어가는 날도 그다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예쁜 모습만 볼 수 있어 좋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는 자식 보는 복은 있으셨던 모양이다. 증손자까지 보고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토요일에는 사돈 식구들과 돌상을 차려 준다고 한다. Zoom으로 참석하라고 하는데, 그냥 나중에 사진과 비디오나 보내 달라고 했다.
코로나 1차 백신을 2월 초에 맞았으니, 두 번째 주사는 3월 초에 맞는다. 항체가 생긴 다음에 늦은 돌잔치 겸 손녀를 보러 갈 생각이다.
하린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