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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작가와 연인

by 동쪽구름 2020. 12. 13.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고 연인과도 헤어진 주인공 ‘케이시’는 오빠의 친구가 소유한 차고 방에 세를 들어 산다. 한때 골프 소녀로 각광받던 그녀는 이제 학비 융자금과 빚에 쪼들리는 신세가 되었다.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며 6년째 쓰고 있는 소설을 끝내려 한다.

 

책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작가들의 세계, 식당과 종업원들의 삶,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두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쿡과 웨이트리스들 사이의 관계, 바쁜 때 테이블을 서브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사실적이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사일러스’를 만난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그에게서 성적인 끌림을 받지만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아마도 유럽에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두 어린 아들과 식당을 찾은 작가 ‘오스카’를 만나게 된다. 아내를 잃고 두 아이를 키우는 그는 케이시보다 나이가 많다. 아이들은 그녀를 좋아하고 따르며, 그녀 또한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오스카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에게는 청춘을 지나온 중년 남자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케이시에게는 마치 언니나 이모처럼 그녀를 걱정해 주고 도와주는 ‘뮤리엘’이라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도움에 힘입어 소설을 끝내고 몇 곳의 에이전시에 작품 원고를 보낸다.

 

어머니의 차를 가져다 주기 위해 왔던 그녀의 오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할머니의 반지를 빼앗아 갈 목적으로 식당을 찾아왔던 아버지와 새엄마 등의 등장도 흥미롭다. 

 

‘릴리 킹’은 이미 여러 편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낸 작가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그녀의 책 ‘Writers & Lovers’를 읽었다. 심리묘사가 매우 훌륭하다. 복잡한 설명 없이 상황이나 인물의 묘사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이 겪고 있는 심리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소설을 두고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것은 좀 뭣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여성들이 좋아할 소설이다. 줄거리를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읽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다. 자칫 좋은 작가를 한 명 모르고 지낼 뻔했다. 소설가는 아니지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의 입장에서 작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비교적 신간이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리려면 12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도서관의 대여기간은 3주다. 하지만 인기 있는 책의 경우 일부를 7일 대여로 돌려 빨리 빌려 볼 수 있다. 다 끝내지 못할 것 같아 책을 빌린 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4일 만에 다 읽었다.

 

책은 매우 재미있고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써져 있다. 아직 한국어 번역판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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