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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가족도 못 보는 명절

by 동쪽구름 2020. 11. 25.

금년 추수감사절에는 가족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빠, 가족 모임은 3 가정으로 제한하라고 하니 좋아하는 자식 둘만 불러야 할 텐데 누굴 오라고 할 거예요?” 10월 중순, 막내아들이 가족 톡방에 올린 내용이다. 형과 동생까지 다 오면 4 가정이니 그중 하나는 빼야 할 거 아니냐는 농담이다. 

 

3 가정이나 4 가정, 무슨 큰 차이가 있어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내는 신중한 성격이다. 11월부터는 일주일에 며칠씩 사무실에도 나가야 하니 그전에 미리 왔다며 11월 초에 다녀갔다. 

 

이제 3 가정이 남았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급속히 나빠졌다. 이 정도면 다시 봉쇄령을 내려야 할 텐데,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있는 것 같다. 가까이 지내는 교우는 코로나에 걸려 1주일이나 병원에 입원했다. 

 

 아들네 손주들은 데이케어에 다니고, 딸아이에게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가 있다. 아무래도 불안하다. 결국 미국 와서 처음으로 추수감사절 가족모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명절 모임은 동생네와 우리 집을 번갈아 가며 거르지 않고 해왔다. 그때는 4남매와 배우자, 손주들까지 20명 정도가 모이곤 했다. 번거롭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명절 모임은 각 가정별로 하고 대신 형제들의 생일에 모이기로 했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초대를 해서 한턱 쏘고, 참석하는 사람들은 선물을 들고 간다. 만나면 식사가 끝나도 헤어지기 섭섭해 커피집으로 자리를 옮겨 수다를 떨곤 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같은 시절을 기억하는 형제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같은 일도 달리 기억하고 있어, 내가 옳으니 네가 틀리니 하며 티격태격하는 재미도 있다. 

 

외식을 잘하는 큰 누이동생의 생일이면 처음 가보는 식당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보게 되고, 남동생의 생일에는 맛집에 가서 푸짐하게 먹곤 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제수씨의 생일에 모인 것을 마지막으로 형제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큰 누이가 환갑을 맞았다. 섭섭한 마음에 아내가 밥을 해서 아파트로 가져다주었다. 그 후 누구의 생일에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딸아이가 낳은 손녀는 코로나 덕에 백일잔치 없이 사진만 찍고 넘어갔다. 내년 2월이 돌인데 과연 돌잔치는 할 수 있을까 싶다. 

 

곧 백신이 나온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나는 60이 넘어 위험군에 속하니 일찍 맞을 수 있겠지만, 과연 부작용은 없을는지. 한 번 맞아서 예방이 되는 것인지, 독감 예방 주사처럼 매년 맞아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더러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죽지 못해 산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지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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