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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6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다 주말 오전, “똑, 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Who is it?” (누구요?) 하며 문을 여니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중년의 신사와 그의 아버지 정도로 보이는 깔끔한 양복차림의 노인이 서 있다. 손에는 전단지를 들고 있다. J교회에서 전도를 나온 것이다. 이 동네 인종 분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가끔 라틴계 사람들이 가방을 들고 동네를 도는데, 그들은 절대 우리 집 문은 두드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늘 한인들이 찾아온다. 그동안은 중년의 여인들이 짝을 지어 찾아오곤 했는데, 신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오기는 처음이다. 성당에 다닌다고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종교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더니, 그가 하는 말이 내가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한다. 거의 같은 말을 얼마 전 은행에서도 들은 적이.. 2020. 8. 17.
보고 싶다 친구야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진작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친구로 기억하지만, 그는 나를 이미 잊었는지도 모른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귀하던 시절, 더운 여름날이면 외가의 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내가 친구라고 기억하는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외가는 관훈동에 있었는데, 바로 옆동네인 인사동에는 요정이 많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그런 요정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오후가 되면 짙은 화장을 하고 출근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공통점은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난 아예 걷지를 못했지만, 그 아이는 목발을 짚고 다녔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말을 건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친구가 되었고, 엄마가 일나 간 오후가 되면.. 2020.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