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리2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작품집인 ‘키친’에는 ‘키친,’ ‘만월,’ 그리고 ‘달빛 그림자,’ 세 작품이 들어 있다. 이 중 만월은 키친의 후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실은 두 개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에게 할머니가 생전에 단골로 가던 꽃가게의 청년 ‘유이치’가 다가와 자기 집에 와서 함께 살자고 한다. 미카케는 유이치가 어머니 ‘에리코’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에리코는 원래 유이치의 아버지였다. 아내를 잃고 난 후 여자가 되어 게이 바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미카게는 유이치네 부엌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며 차츰 할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회복한다. 키친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만월은 에리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정신 나간 남자가 그녀를 좇아다니다가 급기야 .. 2023. 8. 20.
요리의 달인 주 정부 공무원이 되어 처음 근무했던 사무실에 ‘Janet’이라는 백인 여성이 있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낯선 직장에 익숙해지기까지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한국인임을 안 그녀가 한국식 불고기 조리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한국식 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와 남편은 가끔 밸리의 ‘덕수장’에 (지금은 없어졌다) 가서 불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고추장 양념을 한 돼지 불고기가 맛있다고 했다. 나는 이제껏 한 번도 내 손으로 불고기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려서 외할머니가 음식을 만드시는 것을 늘 보아 왔기 때문에 불고기 양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푸줏간에서 기계로 썰어 주는 고기를 사지 않았다. 늘 돼지의 삼겹살을 사다가 나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부엌칼로 저며 양념.. 2020.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