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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6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샤워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샤워를 하고 면도도 한다. 잠옷 바지 하나로 5달째 잘 버티고 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차에서 내릴 것도 아니다. 그동안 병원에 가느라고 2-3번, 차를 고치러 수리점에 가느라고 2-3번, 외출복을 입고 나갔던 것이 전부다. 천천히 골목길을 나가다 보면 늘 만나는 이웃들의 모습이 보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노인들은 천천히 걷고,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끼고 땀을 흘리며 뛴다. 교육구 급식소에 들러 음식 봉투를 받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 시간이다. 차에 타면 다운로드하여 놓은 팟캐스트 방송 ‘윤고은의 북 카페’를 튼다. 초대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 2020. 8. 29.
커피 한 잔 난 커피를 좋아한다. 내가 처음으로 원두커피의 맛을 본 것은 70년대 중반의 일이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나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독학을 하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나만 자꾸 처지는 것 같아 하루는 서울에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백인 카운슬러에게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용산 미 8군의 교육센터로 연결을 해 주었다. 그 후 미국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기 위하여 교육센터 안의 도서관으로 시험공부를 하러 다녔다. 교육센터에는 밑에 커피를 따를 수 있는 꼭지가 달린 커다란 철제 원형통에 늘 뜨거운 커피가 끓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며 가며 커피를 받아 마셨고 나도 도서관 직원이 권하여 그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인스턴트 커피와는 맛도 향.. 2020.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