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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4

오해 오해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 우리 집 문 앞에 놓여 있던 레몬 한 봉지로 시작되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아마존 배달 상자 위에 갓 딴 것 같은 싱싱한 레몬이 한 봉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아내와 나는 2년 전 이사 온 옆집 부부가 준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 집 왼쪽 옆집에는 ‘와니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 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레몬나무가 있어 매년 몇 차례 레몬을 얻어먹곤 했었다. 아내는 그 레몬을 썰어 설탕에 재워 놓았다가 레모네이드를 만들기도 하고, 즙을 내어 화장수를 만들어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와니타 할머니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도 주고받았다. 2년 전, 할머니는 집을 팔고 타주에 사는 딸네 곁으로 갔고, 그 집에는 중년의 부부가 이사를 왔다. 그동안 오며 가며 인사만.. 2024. 1. 20.
2021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날, 딸아이는 시집 모임에 간다고 해서 참석하지 못하고, 큰 아들과 셋째 아들네, 누이동생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다. 디저트를 앞에 놓고 선물 교환이 시작되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하던 대로 가장 어린아이를 시작으로 나이 순서로 선물을 받았다. 다들 형편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모처럼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여느 때보다 푸짐한 선물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셋째 아들이 건네준 카드 안에서는 기프트 카드 대신 긴 사연과 내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200을 기부한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이런 사연이 적혀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 아빠는 삼촌, 고모들과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교환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그때 선물을 받고 싶다.. 2021. 12. 28.
메리 크리스마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사나운 날 밤,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 있는데 8시가 넘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아마존에서 늦은 시간에 배달이 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날을 올 것이 없었다. 주저하다 아내가 나가보더니 누군가 오렌지 박스를 두고 갔다고 한다. 박스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쪽지도 없다. 머리를 굴려 보아도 짐작 가는 곳이 없다. 산타의 정체는 잠시 후 아내의 전화기에 뜬 카톡 메시지로 풀렸다. 근처에 사는 교우가 두고 간 것이었다. 12월은 일 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이다. 회사 다닐 때, 12월 한 달은 거의 축제 분위기로 보냈다. 휴게실에는 누군가 사 오거나 구워 온 다과가 있었고, 직원들의 책상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카드로 화려하게 도배를 했었다. 팀별로 팟럭이나.. 2020. 12. 24.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