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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4) 봄 학기도 2/3가 지나, 한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줄이 나왔다. 유화 II에 등록을 했다. 가을 학기에는 수업 시간이 바뀌어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미국 대학에는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성인들이 많아 스케줄이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학기마다 수업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어제는 지난 과제 #2와 #3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날은 별도의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나씩 평가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그림을 모두 완성해서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다 끝내지 않은 그림을 가지.. 2025. 5. 3.
유화 (1) 목요일, 학교가 개강하는 날이다. 올 겨울 가장 큰 비폭풍이 오는 날이다. 비는 어제부터 오기 시작했다. 밤새 내리고 오전에도 비가 내렸다.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 결석을 할 수도 있지만, 6주 겨울 방학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 가고 싶어졌다.  2:30분, 차가 왔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는 학교에 도착하니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업시간까지는 20여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책방에 먼저 들렀다. 준비물을 사기 위해서다.  미술 클래스는 이것저것 필요한 재료가 많아 그 비용이 수강료보다 더 든다. 전에는 학교에서 미술용품 가게에서 기부한 기프트 카드를 주었는데, 작년부터 그것도 없어졌다. 대신 학교에서 책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  지난 화요일, 책방에 갔더니 유화 물감을 .. 2025. 2. 15.
아크릴화 II (5) 학기가 끝이 났다. 나이가 든 탓인지 요즘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LAVC의 미술 클래스는 초급, 중급, 고급반이 모두 한데 모여 수업을 듣는다. 기초 이론은 초급반에서 거의 다 배운다. 한 번 들어 다 배워지지 않으니 중급, 고급반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듣는다. 물론 새로운 것도 배우고, 과제는 클래스 수준에 따라 다르다.  이번 학기 우리 반에는 고급반은 없었고, 중급반에는 나를 포함 두 명이 있었다. 중급반의 마지막 학기말 과제는 캔버스가 아닌 3D 물체에 물감을 입혀 원형과는 다른 모습을 만드는 것이었다. 교수가 과거 학생들이 제출했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돌멩이에 뱀이나 생쥐를 그리거나 바나나를 오이를 바꾸어 놓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빈병에 열대어와 수초를 그려 어항을 만들기로 했다. 이.. 2024. 12. 18.
아크릴화 I (5) 2주에 걸쳐 교수가 가르쳐준 다양한 아크릴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주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과제였다. 주제는 따로 없고, 다른 화가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리면 된다.  나는 지난 학기 수채화 시간에 ‘오병이어’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 교수에게서 크게 칭찬을 받았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한글이나 한자가 들어가면 추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같은 주제로 아크릴화를 그려보기로 했다.  막상 다 그려놓고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채화의 경우는 종이에 물감을 넉넉히 올리고 물을 부어 흘리는 것만으로도 멋진 배경이 만들어지는데, 아크릴화는 물감을 선택해 붓으로 찍어 일일이 칠하며 캔버스를 채워야 한다.  우선 배경에 너무 강한 색을 깔았고, 캔버스가 커 남은 공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무지 감.. 2024.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