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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

이런 사람, 저런 인생

by 동쪽구름 2020. 8. 14.

처음으로 '우버'를 탔다. 그동안 택시는 여러 번 타 보았지만 새로운 것에는 일단 거리를 두는 나의 성격 탓에 남들이 편하다는 우버는 멀리하고 지냈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가는 날 아침에는 큰 아이를 불러 차를 타고 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도착 시간이 늦어 우버를 타게 되었다.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택시기사와 달리 우버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파트타임 운전자들이 많다. 나를 태워준 우버 기사는 성우 겸 배우를 하는 사람이었다.

 

40분 남짓한 주행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이제껏 직장생활이라고는 딱 4일 해 보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이틀 일을 하고, 3일째는 병가를 내고, 아무래도 직장생활은 안 맞는다 싶어 4일째 사직서를 낸 것이 전부다.

 

그 후 밴드와 연기를 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있는데, 우버 운전이 딱 맞는다는 것이다. 그는 요금이 높아 수입이 좋은 저녁시간에 주로 우버 일을 한다.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고, 낯선 환경, 익숙하지 않은 일은 피하는 편이다. 그러니 한 직장에서 31년 일을 했고, 같은 동네에서 30여 년을 살고 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조금은 후회가 되는 부분도 있다.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인데 이왕이면 이런저런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내 성품인 것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에는 나와 정서가 다른 사람들은 이방인 취급을 하며 멀리하고자 했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생각과 취향이 다른 사람이 많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상호보완이 된다.

 

인생을 사는데 왕도는 없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돈이 많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아는 것이 많으면 머리만 더 아프고, 부자는 나보다 훨씬 큰 액수의 돈 걱정을 하며 산다.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나의 가치관으로 남을 판단하고 내가 사는 방식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나도 물론 그런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왔다. 아이들이 내 생각을 따라주지 않아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어 다행이다.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의 판결이 뒤집어지고, 교과서의 내용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언제 학교를 다녔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표준과 가치관을 배운 이들이 과연 이웃이 되고 동료가 되어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점점 자기가 보고 듣고 싶은 것에만 집착을 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 아예 적대시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사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답이 존재할 뿐이다. 나와 생각과 뜻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를 내어주고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도 이웃하며 살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가 아쉬운 시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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